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남편연구소 Nov 02. 2019

문제가 문제가 아니다


지난여름 휴가로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동생이 유학 중이라서 동생 가족도 볼 겸, 이때 아니면 언제 미국에 가겠냐는 생각에 아내와 딸을 데리고 9일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행복한 시간만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휴가도 삶의 일부이니 당연히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만났습니다.  


사건 1. 미국에 가는데 왜 캐나다 비자를?

출발 두어 달 전부터 비행기 티켓 구입을 시작으로 딸아이 약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아내가 꼼꼼히 잘 챙긴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수속을 하려는데 '캐나다 비자'를 받았냐고 물어보더군요. Air Canada는 토론토를 경유하기 때문에 캐나다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인데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비자 발급은 빠르면 30분, 늦어지면 하루 넘게 걸린다는 직원 이야기에 다리에 힘까지 풀렸습니다. 익숙지 않은 캐나다 대사관 웹사이트(영어...)에서 비자를 신청하고 결제를 하면서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곁에서 아내는 괜찮을 거라며 평일 오후니까 신청하면 금방 처리될 거라고 토닥여 줬습니다. 다행히 출발 30분을 남기고 비자는 모두 처리가 되었고 무사히 출발을 했습니다. 아내는 해결되어서 다행이다, 당신이 잘 처리했다며 오히려 칭찬을 해줬습니다.


사건 2. 누가 내비게이션을 만진 걸까?

휴가 마지막 여행지는 올랜도였습니다. 사흘간 리조트에 머물면서 아웃렛도 가고 디즈니 월드도 가기로 했습니다. 아내와 딸이 가장 기다린, 이번 휴가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습니다. 휴가 내내 동생 가족과 함께 다녔는데 처음으로 동생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긴장은 되었지만 이미 일주일간 운전을 했고, 동생이 중간에 식사할 곳까지 잘 알려주어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목적지는 동생 집에서 4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리조트였습니다. 제 시간에만 도착하면 4시간 정도 쇼핑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충분치 않으나(?) 부족하진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 잠시 화장실에 들렸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렸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식사할 장소에 도착했다며 안내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2시간 걸려 온 곳은 동생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마트였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거였습니다.

이전에 방문한 곳도 아닌데.. 왜 여기로.. 누가 여기를.. 다시 온 것도 황당했는데, 식사할 장소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피자와 샌드위치, 샐러드를 먹는데 부끄럽고 화가 났습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아웃렛을 늦게 도착하는 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당신 덕분에 맛있는 피자도 먹었네. 괜찮아요.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가요.'라며 토닥여 주었습니다.


결혼 후 크고 작은 문제를 만날 때마다 '문제 그 자체보다 문제를 어떻게 대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내가 핀잔을 주고, 비난을 하고, 실망을 했다면.. 아마 그런 반응을 '핑계'삼아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최진실 누님의 말은 역시 진실이었습니다.


Small things often.


* 원인모를 실수로 도착한 문제의 마트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