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 이번 주에 시간 어떠세요?' 동료가 갑자기 메신저를 보냈습니다. 몇 해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열심히 성장하다가 최근에 여러 진로와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후배였습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무슨 일인데요?'라고 물어봤습니다.
후배는 연초에 저에게 털어놓았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다시 꺼냈습니다. 쉽게 결정하기도 어렵고, 쉽게 조언하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4개월 전과 후배의 상황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고민만 하는 것은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후배에게...일단은 대학원을 알아보는 것은 어떠냐, 원하는 전공의 교수님 논문이나 책도 읽어보고, 이메일을 보내서 대학원에 대한 고민도 말해봐도 좋겠다. 유사한 분야의 강의를 들어도 보고, 자격증 공부도 해보면.. 정말 내가 진로를 바꿀 만한 분야인지, 취미로 하는 게 좋은 분야인지 조금은 알 수 있지 않겠냐..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도전하는 것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보면 어떻겠냐고 (결국 꼰대가 되어..) 조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몇 년간 이메일 서명란에 <구슬을 꿰고 거위를 키우는 삶>이라는 문구를 썼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하루하루 구슬을 꿰듯 살고 싶었고, 황금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거위를 건강하게 키우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결국 고민만 하기보다는 행동을 하고,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싶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하핫..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고민들이 앉아서 걱정하는 것으로 (일부라도) 해결이 되면 참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것은 오늘 걸으면 내일은 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까요.
제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은 제게는 브런치에 쓰는 글 하나가 제게는 구슬이자 거위인 셈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오늘 어떤 구슬을 꿰고, 어떤 거위에 모이를 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