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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Nov 03. 2019

나이 듦에 관하여 : 그때가 좋은 때인가?

아내와 카페에서 차를 한잔 하고 있는데, 아내가 갑자기 '오빠, 마흔 될 때 많이 힘들었어?'라고 물어봤습니다. 왜 그러냐 물어보니 지역 커뮤니티(a.k.a 맘 카페)에서 '마흔'이 되면서 신체적/정신적 변화에 대해 토로하는 글에 공감하는 댓글이 많았다면서 곧 마흔(?)이 될 아내가 호기심반, 걱정 반으로 물어보는 거였습니다.

센스 없이 아내에게 '마흔'이 되는 순간부터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말이 되냐, 원래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체력은 떨어진다,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은 '준비나 관리 없이' 살다가 마흔이 되어서 운동을 갑자기 하는데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는 거 아니냐... 하다가 혼이 났습니다.


딸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어른들께서 꼭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그때가 좋을 때다'입니다. 물론 어린 시절이 참 좋은 때라는 것을 부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잊지 않고 '아이가 어릴 때가 좋을 때예요'라고 말씀하시면 감사하면서도 묘한 반발심(?)이 생깁니다.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는 '뱃속에 있을 때가 좋다'라고 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기어 다니기 전이 좋을 때다'라고 하고, 걷기 시작하자 '말하기 전이 좋을 때다'라고 하더니.. 이제는 '학교 다니기 전이 좋을 때다'라는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인 거죠.


회사 동료의 모친상으로 조문을 단체로 갔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20년 가까이 함께 일해온 전무님과 상무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항상 그렇듯 두 분은 예전에 일하셨을 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꺼내셨고, 전무님은 '그때가 좋았지'라며 추억에 잠기고 상무님은 '그때가 좋았지요'라며 맞장구를 치셨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좋았을 텐데 저도 모르게 '그때는 두 분이 젊으셔서 좋으셨던 거 아닌가요?'라고 말을 해버렸습니다. 다행히 성격 좋은 두 분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웃어주셨습니다.


나이에 대해서, 젊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굳이 환갑이 지난 나이에 KFC를 창업한 안 감독.. 아니 커넬 샌더스 이야길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보다 늙은 나와 내일보다 젊은 나는 모두 '오늘의 나'입니다. 굳이 한쪽만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데 집중하는 듯합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균형을 갖게 되길 바라봅니다.


Small things often.


* 동료 결혼식에 등장한 민폐하객.. 그때가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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