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식사를 하고 나서 사무실로 오는 길에 갑자기 피아노 선율이 머리를 스치고 허밍이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바로 영화 Love Affair (1994년 개봉) 중에서 piano solo입니다. 물론 개봉 당시엔 본 것은 아니고요. 15년 전에 매우 냉철하고 이성적인 지인이 '저는 사람을 love affair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으로 구분합니다'라는 추천사(?)를 듣고 봤습니다. 스토리, 연기, 영상, 음악까지..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음악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들었지요. 아마 영화는 잘 모르셔도.. 이 음악은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은퇴한 풋볼 쿼터백 스타 출신의 마이크 갬브릴(워렌 비티 분)은 유명한 플레이 보이로, 토크 쇼 진행자인 방송계의 거목 린 위버와 약혼을 발표해 연예계의 주목을 받는다.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한 그는 비행기 안에서 미모의 테리 맥케이(아네트 베닝 분)라는 여인을 만나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진다. 그런데, 그들이 탄 비행기는 갑작스러운 엔진 고장으로 조그만 섬에 비상 착륙하게 되어, 근해에 있던 러시안 여객선을 타고 타히티로 향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어느덧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출처 : 구글 검색)
특히 영화에서 마이크의 고모 지니(캐서린 헵번 분)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일등 공신이 됩니다. 약혼자가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이 있음을 알고 이를 깨닫게 해 주죠. 현자 같이 답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발견하게 하면서 말이죠.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바로 piano solo가 나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서로를 계속 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고 나서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결혼 초기엔 원하는 사람을 얻은 것과 그 사람을 원하는 것이 같은 내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연애시절처럼 상대방이 전부일 수는 없지요.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자녀, 회사, 집안일.. 이런 것들이 사이에 너무 커져 버리면 상대방이 앞에 있다는 것은 알지만 서로를 바라볼 수 없게 되고, 상대방이 보이지 않으면 서로를 갖게 되었지만 서로를 계속 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겠지요. 서로를 원한다는 것이 크고 어렵고 비싼 것은 아닙니다.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는 것, 잠들기 전까지 하루 일과에 대해서 1분 정도 이야기 나누는 것, 가끔 짧은 편지나 작은 선물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여전히 서로를 원한다'는 느낌을 줄 거라 확신합니다.
이 영화에는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I like watching you move'라는 대사입니다. 직역하면 '네가 움직이는 걸 보는 게 좋다'는 정도인데요. 맥락과 상상력을 조금 더해 보면 '당신이 내 앞에 있는 게 좋다'라고 하면 좋을 듯합니다.입니다. 특히 'watching'이라는 현재 진행형을 사용한 것은 서로를 '계속' 원한다는 표현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짧은 영어적 상상력을 펼쳐봅니다. 하핫..
참고로 영화의 주인공인 아네트 베닝과 워렌 비티는 촬영 당시에 부부였고,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문(?) 부부죠. 감독이기도 한 워렌 비티는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아내 아네트 베닝은 현존하는 최고 여배우'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의 나차가 21살인 것은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