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인과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갖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직장생활만 해온 사람이라서 큰 도움은 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부하직원이자 구성원으로 경험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훈수꾼'역할은 되더군요.
식사 말미에 자연스럽게(?) 남편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올해 쌍둥이 아들딸을 얻어서 아내가 고생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대견(?)했습니다. 예전에 이미 부부끼리 만난 적도 있던 터라 참견꾼 mode가 자연스럽게 켜졌습니다.
나 : 오늘은 밖에서 저녁도 먹고 가니 꽃 한 송이 사 가지고 가면 어때요?
그 : 꽃이요?
나 : 근처에 꽃집이 있어요. 저렴하고 다양하니까 한 송이 사가면 될 거 같은데요.
그 : 음.. 꽃은 좀 낯간지럽네요.
나 : 아내에게 표현하는 게 낯간지럽다니요. 낯간지러움은 excuse 되지 않아요.
그 : 그렇긴 하네요. 식사 끝내고 꽃 사러 가시죠.
처음 만나서 열렬히 구애를 하고, 뻔뻔하게 사랑해서, 행복한 결혼을 했습니다. 친구부터 동료까지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고 화려한 결혼식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우리는 부부가 될 거라고 공개적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결혼을 했다고, 아이를 낳았다고, 같이 살고 있다고 애정 표현하는 게 낯간지럽다는 것은 '변명'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이 다름은 인정합니다. 누군가는 꽃을 주고, 사랑한다 말하는 애정 표현은 부끄럽고 부담스럽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부 사이에도 나름의 애정 표현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설거지 일 수 있고, TV 리모컨을 양보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방식이어도 좋습니다. 서로에게 여전히 애정이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은 필요한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