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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Nov 07. 2019

어제도 아닌,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살자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또는 영향력 있는 대사를 꼽는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 분)이 학생들에게 외친 'Carpe diem!(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이 적어도 10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결혼 후에 계속 같은 동네에서 살다가 꽤 먼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습니다. 이사는 결정하는 순간부터 완료되는 그날까지 적지 않은 돈이 들기 때문에 아내는 이사를 고민하면서부터 '여보, 이제 우리 절약해야 해요. 특히 외식은 당분간 줄이는 게 좋겠어요.'라며 소비요정(?)인 남편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그렇게 어떻게 사냐며 거부하는 것도 적절한 반응은 아닙니다.


일단 아내에겐 '그래. 그게 좋겠네'라며 아내의 선택과 결심에 동의합니다. 굳이 반항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소비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기에 '구실'을 만들어 봅니다. 지난주엔 "여보, 드디어 73kg(실제로는 73.9)이 되었는데, 오늘은 간단히 맥주 한 잔 어때요? 지난번에 당신이 맛있다던 닭꼬치 집에서.. 딱 한잔만~'이라며 아내를 꼬셨습니다. 긴축재정이라며 아무리 줄여도 소소한 일상의 행복까지 줄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오는 만족 지연 능력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생은 on/off, 흑/백같은 2진법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흰색 같은 회색부터 회색 같은 검은색까지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하듯 0과 1 사이에 어딘가에 적절한 '그날의 해답'이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정답이 아닐지라도 말이죠. 그래도 괜찮습니다. 내일이 있으니까요.


Small things often.


* 아내에게 줄 고추장 양념 볶음을 구입하며 조용히 속삭여 봅니다.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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