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남편연구소 Nov 23. 2019

감귤주스를 보며 기혼자의 사랑을 생각해본다

며칠 전 다른 층에 업무로 내려갔다가 감귤 주스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책상에 올려놓고 잊고 있다가 문득 주스를 바라보니 아래쪽에 원액(?)이 침전물처럼 모여서 층이 생겼더군요.  처음엔 균질하고 진한 맛을 냈을 주스가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저렇게 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수많은 부부들이 말하는 '부부의 사랑'도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며칠에 한번 보고, 한번 볼 때 몇 시간 못 보는 연인과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맞대는 부부는 다릅니다. 어린 시절엔 빨리 크고 싶고, 나이 들면 어려 보이고 싶은 것이 자연스럽듯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100미터 달리기가 연애라면 결혼은 마라톤입니다. 100미터 달리듯 마라톤을 뛰면....


당연함은 거부해야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라고 종종 이야기하셨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서로를 '당연한' 사람으로 여기는 순간부터는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부지불식간에 '감사'는 잊고, '아쉬움'은 남습니다. 오늘 출근한 남편과 아내가 다시 집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부터, 집안을 청소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한'일이 되길 바라봅니다. 가능하다면 그런 '감사'를 표현했으면 합니다.


다시 감귤주스를 봅니다. 주스병을 살짝 흔들어 봅니다. 주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음처럼 진한 주스로 돌아왔습니다. 관계도 그런 듯합니다. 소원해졌다고 해서 '굳어졌다'라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믿습니다.


Small things often.


* 더 고생하는 동료에게 전달된 감귤주스의 마지막 모습

매거진의 이전글 혼나는 것은 '칭찬을 받을 기회'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