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내에게 자주 혼나는 부분은 제가 언제부턴가 아내에게 '일을 자연스럽게 시킨다'는 겁니다.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무언가를 떨어뜨리면 '여보, 티슈 좀 주세요'하고, 식사를 하다가 '여보, 이것 좀 버려주세요'하고, 침대에 누워서 '여보, 문 좀 닫아 주세요.'... 말은 공손하고 예쁘게 하는데 일을 시키니 기분이 묘하다고 하더군요.
연애부터 결혼 초기까지는 아내가 일어나면 도와줄 거 있나 물어보고, 아내가 무언가 하고 있으면 대신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아내에게 하나씩 부탁하기 시작하면서 그 범위가 커진 듯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아이가 자라면서 아내는 엄마로 아이의 모든 요청과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고, 저도 모르게 아내를 보면서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저를 보면서 '남편'으로 생각했는데 말이죠.
엊그제 아내가 '여보, 테이블에 있던 물건을 옮겼어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반사적으로 '피아노 위에 옮겨놨어요'라고 말했지만,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보다 먼저 피아노에 올려놓은 물건을 다시 테이블로 옮겼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활짝 웃으며 "이런 빠른 반응! 훌륭해요. 고마워요."라고 칭찬을 해줬습니다
지적을 받는 부분은 아픕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고치면 아내에게 바로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에게 지적을 받고, 혼나는 일은 오히려 좋은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