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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Nov 19. 2019

좋은 남편은 지위가 아니라 상태입니다

제 글을 종종 본인의 페북에 공유해주는 후배가 있습니다. 엊그제도 제 글을 공유했는데, 후배의 페친이 이런 댓글을 작성했습니다.


남편이 가장 명심해야 할 문장은... “나는 절대 좋은 남편이 아닙니다”죠


짧은 댓글이지만 마치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지함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같은 통찰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좋은 남편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가능하면 지양할 마음 가짐에 대해서 고민해 봤습니다.


1. 나 정도면 좋은 남편이지!

좋은 남편이라는 평가는 본인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아내'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하는 겁니다. 연말에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라며 스스로 각종 언론에서 홍보하는 모습을 보면 어떠신가요? 만약 그중에 본인에게 좋은 경험을 주지 않았던 브랜드가 있다면? 언론도 못 믿고, 그 브랜드를 만든 회사는 더욱 못 믿게 됩니다.

정말 좋은 상품은 '입소문'으로 성장합니다. 고객이 만족하고, 만족한 고객이 주변 사람에게 추천하면서 조금은 느려도 멀리멀리 퍼져서 오래오래 팔리는 겁니다.

남편으로 당신은 어떤 회사인가요? 제품 개발보다 화려한 광고, 과장된 포장으로 고객을 속이는 회사인가요? 고객의 불만을 잘 듣고 업그레이드 상품을 내놓는 회사인가요? 우리의 고객인 아내가 '당신은 좋은 남편이에요'라고 만족할 때까지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손님이 짜다면 짠 것이니 까요.


2.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하란 말이야?

 '관찰 예능'이 대세가 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연예인의 편집된 하루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기획되고 편집된 광고 같은 그들의 삶을 보고 있으면 나의 삶은 길고 지루한 다큐멘터리 같지요. 심지어 제가 쓰는 글도 저희 집안에서 일어나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제가 '혼나지 않는 남편'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기념일이나 주말 외출을 준비하려다가도.. TV에서 본 것을 생각하다 보면 괜스레 주눅 들고, 완벽하게 할 수 없을 바에 준비하지 않으려는 마음도 생깁니다. 하지만 아내가 원하는 것은 채끝살을 넣은 짜파구리가 아니라 파송송 계란탁 신라면일 겁니다. 아내가 '연애할 때는 채끝살 할아버지도 가져다주더니..'라고 핀잔을 한다 해도 얼굴에 철판 깔고 '그때는 내가 신하균이었는데, 지금은 백종원처럼 집밥을 잘해'라고 너스레라도 떨어보면 아내도 '피식'웃을 겁니다.


제 삶도 1번과 2번을 왔다 갔다 합니다. '나 정도면..' 하다가도 '이런 걸로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 100번도 넘게 오고 갑니다. 그렇다고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제가 선택한 길이고, 저를 선택한 사람이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남편'은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지위'가 아니라 아내가 인정하는 '상태'인 것을 믿습니다.


Small things often.


* 쇼핑몰에서 무엇을 샀는지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사는 재미가 없다면 사는 재미라도 있어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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