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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평가는 성가평가 시즌에 하는 게 아닙니다.

성과평가는 과연 '평가'인가?

by 좋은남편연구소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상황은 아내가 '여보, 이야기 좀 해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 이유를 알아도 심박수가 상승하고, 손발에 땀이 납니다. 만약 이유를 모른다면 '무슨 잘못을 한 걸까'하며 신체 변화 뿐만 아니라 머릿속에서 검색엔진을 빠르게 돌립니다. 아내는 마음속 불편을 오래 두고 있는 타입이 아니라 그날 일은 그날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쉽게 넘어가는 일은 별로 없지만 어렵게 넘어가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물론 문제가 해결된다면 말이지요. 그래도 저는 이런 아내의 '평가'와 '소통'을 좋아합니다. (정말 입니다. 하핫...)


어느덧 연말입니다. 직장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성과평가'시기란 뜻이지요. 대부분 조직은 구조상 성과평가를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상사와 동료를 평가하는 다면 평가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은 회사가 적용하는 걸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평가에 대해서 '만족'하는 구성원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부는 수긍을 하고, 일부는 거부를 합니다. 문제는 거부하는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하위 평가를 받고, 다음 해에 연봉도 상승률이 낮고, 불만을 (비)공개적으로 표출한다는 겁니다.


상사의 입장에서도 이해는 갑니다. 문제가 있고, 개선이 되지 않는 직원들에게 하위 고과를 준 것인데.. 불만을 갖는다는 것이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라도 하면 밉지라도 않을 텐데.. 오히려 '왜 내가 하위 고과냐'며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인사팀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그 당시엔 아무말 없었다', 평가가 불공정하다'는 말을 전달합니다. 사실 '수긍'을 하는 구성원도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에휴.. 뭐.. 이야기해봐야..' 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평가'는 조직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라고 믿습니다. 어떤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는가는 구성원에게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됩니다. 이런 메시지는 의사결정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조직문화가 됩니다. 성실한 사람보다 당장의 이익을 만드는 사람, 사람을 키우는 사람보다 사람을 갈아 넣는 사람..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는 조직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이유에는 '평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 평소에 이야기해야 합니다.

1년에 2~3번 평가를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곤란합니다. 기준을 만들고, 중간 평가를 하고, 최종 평가를 하면서 면담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1년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1개월에 한 번은 부서장과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집안 환기를 1년에 3번 한다면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생기고 먼지가 쌓이고 악취가 진동할 겁니다. 최근 유행하는 평가체계인 OKR에서도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2.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성과평가는 하달식 의사소통이 아닙니다. 리더는 회사와 부서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구성원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어떤 일은 아쉬웠는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구성원은 최근에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일이 걱정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기를 원하는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 형식적으로 평가결과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 진행하는 면담은 리더의 리더십에도 구성원의 성장에도 좋지 않습니다. 서로 아쉬움과 기대를 말할 기회는 앞으로 생길 문제를 줄이고, 기회를 늘립니다. 그래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이런 대화는 어려울 겁니다. 부담스러울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갈등이 만드는 결과가 불신이 낳는 결과보다 낫다'라고 믿어야 합니다. 지속적인 대화는 연말 성과평가에 대해서 '평가받는다'는 기분이 아니라 그동안 진행된 부서장과의 면담과 본인의 행도에 대해 '확인받는다'는 기분이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 계획에 '부서 전배나 퇴직'도 포함될 수 있도록 말이지요.


Small things often.


* 예상과 다른 길, 가면 안 되는 길을 간다면 '연말에 몰아서'이야기 해선 곤란합니다.


[직장생활 관련 글은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는 관계 없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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