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한때 내 집 장만이 인생 목표였던 적이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낼 집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맞벌이를 하며 알뜰살뜰 돈을 모으며 내 집 장만의 꿈을 꾸었다.
몇 년 전 이야기지만.. 그때 누군가 우연히 산 집이 1,2년 사이에 몇 억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 부부처럼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 같았다.
우리 부부가 2년 동안 알뜰히 모은 돈 모두를 오른 전세금의 차액으로 충당해야 할 때, 누군가는 2년 만에 아파트 값이 올라 몇 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는데, 그때 느꼈던 좌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아파트로 몇 억씩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을 미워하면서도 부러워했다. 나도 그런 로또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돈을 좇았는데, 결정적인 순간 용기 내지 못하는 나를 보며 더 심한 자책감에 빠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난 참 조급해서, 지금 당장 누군가보다 더 좋은 집에 살기를 원했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라는 게 있어서 시절 인연이 닿지 않으면 아무리 준비가 되어있어도 일이 이뤄지지 않는 건데, 나는 지금 당장 누구보다 빨리 내 집 장만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우리 네 식구 오손도손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충분하다 생각했던 첫 마음은 사라지고, 무엇이 그렇게 욕망을 쫓게 만들었을까.
지금은 운 좋게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에 살고 있고, 등기까지 마쳤다. 그런데, 불현듯 이 아파트의 주인이 정말 나인 건지, 이 아파트는 정말 내 소유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부서지지 않는다면 100년, 200년 거기 있을 아파트. 그 공간에 오래 머문다고 해도 앞으로 60년 정도..? 머물다 갈 아파트. 죽어서 들고 갈 수도 없는 이 아파트를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죽으면 누가 살지 알 수 없는 콘크리트 덩어리, 이것이 정말 내 것이 될 수 있는 걸까.
그때의 나는 아파트를 갖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갖고 싶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