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2
Sung by Cliff Richard
Evening is the time of day/ 저녁은 하루의 이런 때
I find nothing much to say/ 해야 할 말은 많은데 하나도 찾을 수 없네요
Don't know what to do/ 뭘 해야 할지 몰라요
But I come to/ 그러나 정신을 가다듬죠
하루의 에너지를 다 써버린 저녁 무렵에는, 몸도 마음도 녹진해진다. 심한 경우에는 마음에 진딧물이 생기기도 한다. 매사가 귀찮고, 밥 숟가락 드는 것마저 쉽지 않다. 할 일이 있긴 한데, 뭘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허공만 보며, 물에 적신 수건처럼 무겁게 처져 있곤 한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화자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분명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상쾌했는데, 하루의 시작과 함께 희망이 있었는데, 저녁 무렵에는 모든 것이 시들어 버렸다.
When it's early in the morning/ 이른 아침이 되면
Over by the window, day is dawning/ 저기 창문 옆에서 날이 밝아오네요
When I feel the air/ 그 공기를 들이켜면
I feel that life is very good to me/ 나에겐 삶이 너무 좋단 걸 느껴요
You know/ 당신도 알겠지만
무기력하게 쓰러진 채 잠들고나면, 또 하나의 아침이 성큼 밝아온다. 도대체 이 아침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동그란 머릿 부분을 살짝 보여주다가 삽시간에 불쑥 떠오르는 바다 위에서? 먼 산의 운무를 헤집고 두둥 개선장군처럼 나타나는가?
화자에게 아침은 저기 저 창문 옆에서 동터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말라서 죽어가던 밤 시간이 지나고, 아침 공기와 함께 다시 화들짝 희망을 호흡하자니, 선물처럼 주어진 삶이 더없이 귀하게 느껴진다.
In the sun, there's so much yellow/ 해가 뜨면, 노란색이 너무나 많아요
Something in the early morning meadow/ 이른 아침 초원에 있는 뭔가가
Tells me that today you're on your way/ 오늘 당신이 온다고 말해주네요
And you'll be coming home to me/ 그러니 당신은 내게로 올 거예요
아침해가 떠오르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주황색으로 물든다. 바야흐로 아침해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질 무렵의 주황색은 고단함 잔뜩 품은 핏빛을 토해내지만, 아침해는 쨍쨍한 밝은 빛깔 에너지를 마구 쏘아준다. 자, 오늘도 새롭게 시작되었으니 어디 한번 신나게 노닐어보렴!이라고 말해주듯.
희망의 싹을 움트게 해주는 찬란한 아침 햇살은, 풀잎에 송골송골 맺혀있던 이슬도 단숨에 말려버린다. 화자가 보기에 이슬은 자신의 눈물방울과 다름없었는데, 눈물과 시름을 말려주는 밝은 아침은 분명 좋은 소식도 던져주리라 생각한다. 화자에게 좋은 소식은, 사랑하는 사람이 달려오는 것이다.
Nighttime isn't clear to me/ 내게 밤 시간은 또렷하지 않아요
I find nothing near to me/ 근처에 있는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죠
Don't know what to do/ 뭘 해야 할지 몰라요
But I come to/ 그러나 정신을 가다듬죠
밤 시간은 오늘도 오지 않은 님에 대한 미련과 회환으로 몽롱하기만 하다. 눈을 뜨고 있어도 주변에 뭐가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없다. 뭘 해야 할지 모른 채, 또 막막하고 캄캄한 침묵 속으로 잦아들 뿐이다.
그저 뒤척이며 쓰라린 절망감 속에서 또 하루를 써버렸구나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받은 복권은 분명 당첨 예감이었는데, 저녁 무렵에 긁은 복권은 또 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또 하나의 긁지 않은 복권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화자는 아침이 오기만을 그토록 기다린다. 내일은 내 님이 오시려니 기대하면서.
When it's early in the morning/ 이른 아침이 되면
Very, very early, without warning/ 너무나 일찍, 아무런 예고도 없이
I can feel a newly born vibration/ 새롭게 태어난 전율을 느낄 수 있어요
Sneaking up on me again/ 나에게 다시 슬그머니 다가오는 전율을요
폭풍 같았던 밤이 지나고, 또 하나의 맑게 갠 아침을 맞게 되었다. 아침은 예고편도 없이 스르륵 다가온다. 눈 감고 잠에 빠져들었나 싶었는데, 눈을 떠보면 커튼 사이로 주황빛 아침 햇살이 뭉텅뭉텅 비집고 들어와 있다.
밤에 꺼졌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면서, 새로운 전율마저 느끼게 하는 아침이다. 별 다른 일 없이 보낼 수도 있고, 기대했던 일이 어긋나면서 무심한 듯 가버리는 하루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도 망할 것 같다는 섣부른 패배심리는 링 위에서 뛰어보기도 전에, 수건부터 던지며 기권을 선언하는 패자의 볼품없는 휘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아침이면 희망과 함께 새로운 전율을 느낄 일이다. 밤이면 모든 것이 구겨진 채 고꾸라져 잠들지라도.
There's a song bird on my pillow/ 베개 위에는 노래하는 새가 있어요
And I can see the fun in weeping willow/ 늘어진 수양버들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어요
I can see the sun/ 태양을 볼 수도 있고요
You're on your way/ 당신이 오고 있거든요
You'll be coming home/ 당신이 집으로 올 거예요
아침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에 설레면서도, 유독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화자도 그런 모양이다. 화자는 베개 위에 노래하는 새가 있다고 상상한다. 잠을 더 자려해도 시끄러워서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아침부터 늘어져 있는 수양버들은 그 모양이 처절해 보인다. 수양버들은 축축 늘어져 있는 게 본연의 운치 있는 모습이련만, 아침 창을 통해 본 버들가지 잎은 마치 노곤함으로 무너져있는 밤 시간의 화자와 닮아있다. 아침과 함께 화자는 활기를 회복했지만, 수양버들은 아침에도 저렇게 늘어져있음이 슬퍼보일만도 한데, 화자는 거기에서도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님이 오시려는데, 뭔들 기쁘지 아니하리.
이제 태양도 떠올랐으니, 오늘은 님이 화자를 보러 달려올 것이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의 한 장면처럼 잔뜩 희망을 품고서 고도가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고도만 오면 자신의 비루한 삶이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여기지만, 저녁이면 꼬마가 나타나서, “오늘은 고도씨가 못 오십니다. 내일은 오시겠답니다”라는 말로 희망의 맥을 끊어버린다.
끊임없이 유예되는 희망과 꼭 닮은 님은,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게 해 놓고 저녁이면 못 오시는 또 다른 고도는 아닐까. 우리의 인생은 저녁과 아침을 바삐 오가며 절망과 희망의 사다리를 폈다 접었다 하는 사이, 낡고 삭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또 펼 수밖에 없는 희망의 사다리를 오르는 아침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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