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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글쓰기 도전

시끌벅적 카페에서 글쓰기 성공

by 단아한 숲길

많은 작가들이 카페에서 글을 쓰면 집중이 잘 된다고 해서 한 번쯤 카페에서 글쓰기를 해보고 싶었다. 평소 집안에 글 쓰는 장소를 정해두고 있기 때문에 큰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았으나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보고 싶은 호기심이랄까. 어쩌면 생각보다 엄청나게 글이 잘 써져서 매일 카페에 가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다가 드디어 오늘 날을 잡았다. 마침 회사 휴무일인 데다 특별한 일정도 없는 날, 이런 날이 자주 오는 것은 아니니까.


가방에 탭, 충전기, 책을 담은 후 한쪽 어깨에 걸쳤다. 다른 한쪽 어깨에는 작은 크로스 백 하나를 사뿐히 걸치고 집을 나섰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마음까지 움츠러들었었는데 오늘따라 봄 날씨로 착각할 만큼 따사롭다. 세상의 모든 축복이 내 어깨 위에서 춤추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다. 새로운 경험을 앞둔 상황이라 은근한 기대감에 기분이 들떠서 그런보다. 선물 받은 커피 쿠폰으로 음료를 주문하고 추가로 샌드위치 하나를 결제해서 점심까지 해결할 각이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대여섯 명의 여자분들이 큰 테이블에 모여 앉아 우렁찬 목소리로 수다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옆 기다란 테이블에는 젊은 청춘 두어 명이 헤드셋을 끼고 인강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각종 이유로 카페를 찾은 사람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빈자리가 거의 없음)


문제는 크게 수다 떠는 무리에서 멀리 앉고 싶어도 딱히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30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그녀들을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들의 요란한 웃음소리와 톤 높은 목소리가 자꾸만 고막을 자극한다. 음악도 엄청나게 어수선하고, 심지어 안내방송도 쩌렁쩌렁하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이곳에서 히비스커스 한잔과 샌드위치를 대기시켜놓고 글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못마땅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가끔 다수의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 때는 비슷한 모습을 연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한다. 수다가 깊어지면 신이 나고 목소리 톤을 조정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맞다. 분명히 그렇다. 다만 내가 궁금한 건 저분들이 언제쯤 자리에서 일어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저분들의 소란스러움이 이 공간에 있을 때와 사라졌을 때가 어떻게 다른지 경험해 보고 싶다. 글이 더 잘 써질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앗, 궁금하다는 문장을 마무리한 순간 그녀들이 일어섰다. 내가 앉은 자리를 우르르 지나쳐 문을 열고 사라졌다. 타인의 움직임이 나에게 이렇게 민감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일어서 준 그녀들에게 괜히 고맙다. 글을 쓸 때 높은 음의 소음은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 밖에 없지만 소음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반대의 작용을 할 수도 있을것이다. 실제로 방금 전의 나는 몇 줄의 글을 쓰기 위해 투사가 되어 거대한 황소와 눈싸움을 하는 기분이었.


그녀들이 떠난 자리에 한쌍의 남녀가 얼른 앉았다. 그런데, 남자분 목소리가 엄청나게 우렁차다. 이럴 수가... 카페에서 글이 잘 써지는 이유는 소음을 극복하고 잘 써야겠다는 결연한 의지 때문인 걸까. 아니면 내가 유난히 시끄러운 카페를 선택한 걸까.


지만 결과적으로 오늘의 도전은 성공이다. 어수선한 환경 속에서 짧은 시간안 글을 완성했으니까. 글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 감격스럽다. 다음엔 조용한 카페에 가서 글을 써 볼 계획이다. 오늘의 경험이 새롭고 즐거웠던 것처럼 또 한 번의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듯하다. 이제 탭을 접고 샌드위치를 먹어야겠다. 아,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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