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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숲길 Feb 08. 2022

어머니의 커다란 울음

슬픔을 토하고 나니 가슴이 뚫렸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 배웠지만

참더라도 적당히 참아야 한다.

마음에 있는 모든 말을 다 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꼭 해야 할 말 조차

 참고 살면 결국 마음에 병이 난다.


 친정 엄마가 우울증으로  오랜 세월 고생하신 것도 살면서 닥친 고통들을 바로 씻어내지 못한채 참으며 묵혀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묵혀둔 감정들이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마음을 짓눌렀을 것이다.


  깊은 우울증은 웃음 뿐 아니라 눈물조차 거두어 간다.

드라마를 보면서 수시로 눈가에 눈물 고이던 엄마는 어느 순간 무표정한 관객이 되어 버렸다. 마음이 가난해진 엄마는 그저 살아야 해서 사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엄마가 어느날 커다랗게 우셨다.

미친듯 슬픔을 토해내셨다.

답답하게 막혀있던 커다란 덩어리를 

저 멀리 밀어내는 울음이었다.

 눈물이 그립던 엄마는 울면서 

환희를 체험하셨다 한다.

외삼촌이 카톡으로 보내 준 노래를

듣다가 노래의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지더니 갑자기 눈물이 솟기

시작했고 한참을 소리내어 우셨다.


  곁에서 아버지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으면서도

그만 울라는 말은 필요 없다는 것을

아시기에  가만히 기다려 주셨다.


  엄마의 막혔던 눈물샘이 뚫리고

짓눌렸던 마음이 가뿐해진 날,

오랜 세월 어둡던 마음에 빛이 돌아왔다.

기분이 좋으면 웃고 때로 눈물도 흘리는

평범한 삶을 되찾았다.

하늘과 꽃과 새와 나비를 보며

감탄할 줄 아는 그런 삶.


 갑자기 우울증 약을 끊었다가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여전히 우울증 약과 함께 하고 있지만

많이 밝아진 엄마를 보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슬픔을 토해내는

것의 가치는 생각했던

그 이상이라는 것을 배운다.


 지독하고 어두운 감옥을 탈출한 엄마가

다시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

 엄마의 남은 날들이 더 빛날 수 있기를

마음 다해 기도하며 응원한다.


"엄마. 화이팅,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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