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아한 숲길 Mar 11. 2022

편의점, 이대로 좋은 걸까?

편의점 운영하는 친구의 눈물

  딸기 한 상자를 사들고 친구네 가게로 향했다. 가끔 안부를 물으며 지내는 친구인데, 서로 바쁘게 살다 보니 아주 오랜만의 만남이다.

  친구와 친구의 남편은 편의점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엔 한 군데를 운영하다가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한 군데를 더 계약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새로 계약한 편의점의 매출은 형편없었다. 인건비등 부수적으로 드는 비용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을 길게 쓸 상황이 못되다 보니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까지 편의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하루에 무려 10시간을 근무하고 있는것이다. 게다가 아이가 셋이나 되는데... 엄마와 아빠가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끼리 지내는 시간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무료 봉사나 마찬가지인 일을 왜 계속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서 물어보니 계약 초기에 계약 파기를 요청했으나 회사 측이 거절했으며 그 이후로도 수차례 강하게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계약서에 사인을 한 이상 운전대를 잡은 측이 버티면 방법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많이 울었다는 친구의 말에 마음이 쓰렸다.


  올해 7월이면 노예 계약에서 풀려날 수 있다며 친구는 그나마 희망 깃든 표정을 지었다. 장장 5년의 계약 기간 동안 속 끓이며 힘들었을 텐데... 이 아프고 억울한 시간을 보상받을 길이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살기 좋은 나라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구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중 하나를 보자면, 가맹업 본사측이 부리는 갖은 횡포로 인해 상대적 약자인 가맹점들이 받는 고통이다. 이런 횡포를 계속 방치하면 수많은 약자가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고통받게 될것이다. 내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뭔가 속 시원한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진열대에서 몇 가지를 골라 담아 계산했다. 조금이나마 매출을 올려 주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것저것 더 챙겨준다. 말려도 소용없다.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어수선했다. 계약 기간 끝나면 한동안 쉬고 싶다는 친구의 말처럼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새롭게 충전하고 다시 멋지게 일어서길. 앞으로는 이런 억울한 일 당하지 말고 꽃길만 걷기를 마음으로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천히 가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