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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입성의 기쁨!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구나.

by 단아한 숲길

취미 부자로 살던 내가 갑자기 글쓰기에 집중하게 된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그냥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갑작스럽게 솟구쳤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계획은 이랬다.


'시를 하루에 한 편씩 감흥대로 쓰자.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자꾸 쓰는 습관을 기르자. 본격적인 글쓰기는 몇 년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일단은 영어를 정복해보자.'


매일 어설픈 시를 쓰고 케이크 앱을 틀어 영어공부를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을 내던 중 갑자기 시가 끊겼다.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다시 노력하고 싶은 마음조차도 들지 않았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내게 적용되고 있었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많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해서 내 하루는 꽉 찬 듯 어수선했다. 아닌 게 아니라 뭔가 대책이 필요하던 차에 갑자기 툭 튀어 오른 것이 바로 브런치다.


"브런치에 도전해보자!"


브런치의 존재를 알게 된 건 6개월 전쯤이다. 글 쓰기에 관심 많은 사람들과 이미 글쓰기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 내게 충분한 동기부여를 제공해 줄 것 같았다. 갑자기 글쓰기에 의욕이 생겼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자유지만 글을 공유하고 싶으면 작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매력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은가. 어느 정도의 퀄리티가 보장된 공간에서 글을 읽고 쓴다는 것 역시 좋았다.


언제나 그렇듯 검색을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네이버와 브런치에서 여러 글들을 읽어보았다. 여러 번 떨어진 사람들 얘기와 최근에 심사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글을 보고 나서는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솔직히 되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도전했다. 5년 전부터 여기저기 찾아가서 글쓰기를 배워왔다. 이년 전에 사이버 대학 문예창작과에 편입해서 올해 초에 졸업하기까지 최선은 아니지만 나름의 노력은 했으니 아예 승산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작가의 서랍에 글을 모았다. 일주일 이상 글을 모았더니 일곱 편 정도 되었다. 지원서와 함께 그 중 세편의 글을 제출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 기다림은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심정과도 비슷했다.


브런치 알림이 떴다. 축하의 메시지였다.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었다. 다시 봐도 축하한다는 내용이 맞다. 대단히 큰 일을 이룬 건 아니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에 마음이 들떴다.


바로 앞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회사 대표님께 이 소식을 전했다. 친구이자 상사인 대표님이 얼떨떨해하면서 축하해 주었다. 남편과 친정엄마께도 소식을 알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두 사람에게는 알리고 싶었다. 이게 뭐라고 기분이 이렇게 좋은 걸까.


책을 쓰는 게 일반화되어 있는 요즘, 나도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껏 달릴 수 있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그게 가능하게 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도 있겠지만 포기만 안 하면 된다. 현재의 부족함에 기죽을 필요 없다. 매일 노력하다 보면 더 견고하고 빛나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


이른 아침, 이렇게 혼자 주문을 외우며 자판을 경쾌하게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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