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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잘 안 써지는 날들.

배고픔과 안 써짐을 즐겨라.

by 단아한 숲길
새벽 4시에 일어나면 먼저 명상(기도)과 독서를 한 후 6시부터 글쓰기를 시작한다.
7시가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40분간 실내 자전거 타기를 하면서 유튜브로 영어 공부를 한다.
7시 40분 부터 출근 준비를 한다.


2020년 4월, 브런치를 시작한 뒤 의욕이 넘쳐서 계획한 일정을 적어보았다. 다시 봐도 매우 이상적이다. 그러나... 처음 며칠은 잘 실천하다가 흐지부지 되어버린 계획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있는 요즘,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계획처럼 하루의 출발점에서 내게 가장 우선순위의 일들을 다 채우고 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특히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글쓰기를 함으로써 글쓰기 습관을 들이자는 계획은 바람직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을 실행했던 며칠동안의 만족감은 꽤나 높았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너무 무리한 계획이었다는 것을...


사실 밤 10시에 정확히 잠 들 수만 있다면 크게 무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하다 보면 11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주로 스마트폰이 가장 강력한 허들 역할을 했다. sns나 뉴스검색을 잠깐 했을 뿐인데 시간은 5배속으로 흘러 결국 밤 12시를 넘기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고 일어났다 하더라도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웠다.


다이어트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체중조절 계획도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시점보다 오히려 체중이 더 늘었으니... 나 자신에게조차 민망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이놈에 식탐이 문제다. 심지어 과식 후에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잠들어 버린 날도 있다.


요즘은 글을 쓰겠다고 자리에 앉으면 한 시간이 금방 간다. 하지만 써 놓은 게 영 마음에 안 들어서 일부를 지우거나 통째로 날리기도 하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글이 안 써질수도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지금도 꾸역꾸역 억지로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도 체중 감량도 마음 같지 않아서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 마음을 좀 비우기로 했다. 배고픔이나 글이 안써지는 건 힘든 일이지만,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그냥 즐기기로 했다. 때로는 결핍도 약이 된다는 누군가의 조언을 마음에 새겨본다. 뒤로 물러서지만 않는다면 다시 리듬을 되찾을 것이다. 체중감량과 책쓰기의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억지라도 웃으면 정말 웃을 일이 생긴다던데 억지로라도 자꾸 하면 다시 감각이 살아날거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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