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가장 두렵게 느껴질 때
가까운 지인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예정된 것이고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음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 내 죽음은 언제일까?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해요. 작은 바람이 있다면 삶이 아름다워야 하듯 죽음도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정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죽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5월의 어느 날, 친구로부터 온 카톡을 보고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어요.
'정은아, 소식 들었어? oo 언니 남편이 오늘 새벽에 갑자기 돌아가셨대.'
믿을 수 없었습니다. 언니와 형부의 얼굴을 떠올리며 순간 멍해졌습니다. 대전에 살 때 친해져서 자취를 같이했던 언니였고, 결혼 후에도 서로 안부를 물으며 가끔 만나던 사이거든요.
잠시 후에 언니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예상대로 형부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이었어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멀쩡하게 살아있던 사람이 한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니...
오십 초반의 젊은 나이에 가족을 남기고 떠나야 했던 형부의 마지막 순간은 얼마나 두렵고 슬펐을까, 아이 셋과 함께 남겨진 언니는 얼마나 기가 막히고 막막할까 생각하니 계속 눈물만 났습니다. 남편과 함께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에는 실감이 안 나다가 장례식 치르고 나서 혼자 있을 때 더 극한 슬픔이 몰려온다던데 언니가 슬픔을 잘 이겨내길 기도했습니다. 형부의 영혼을 위해서도 기도했습니다. 형부는 평소처럼 일하고 들어와서 식사하신 후 주무셨는데 새벽에 보니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대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그렇게 장례식장에 다녀온 지 열흘이 되어갑니다.
언니는 몸을 바쁘게 움직이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집에선 아이들과 서로를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을 표현하면서요. 기도로 슬픔을 이겨내고 있다는 언니의 말에 그나마 마음이 놓입니다. 죽음이 가장 두렵게 느껴지는 순간은 가까운 지인 중 누군가가 죽음을 맞았을 때입니다. 멀게만 생각하던 죽음을 가까이 보면서 무디어졌던 감각이 날카롭게 살아납니다. 정말이지 남 일 같지가 않아요.
세상 모든 걸 다 가져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없다는 말이 있지요. 뭔가를 이루기 위해 바둥거리며 살기보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가슴 아픈 소식 앞에 마음 가득했던 욕심들이 납작하게 엎드리고 맙니다. 살아서 숨 쉬고 있는 이 시간만큼 귀한 것은 없다는 걸 늘 기억해야겠습니다. 자주 잊곤 하는 아주 단순한 진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