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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1차 접종 완료

타이레놀 품절사태

by 단아한 숲길

1차 백신을 맞으러 병원에 가는 퇴근길, 마음이 스산했다. 그 어떤 백신이든 부작용은 있다고 하니 혹여 내가 그 부작용의 피해자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언니와 여동생이 이미 백신을 맞았는데 맞은 다음날 팔이 뻐근한 거 외에는 크게 힘든 증상이 없었다고 했다. 나 역시 그럴 거라고 굳게 믿을 수밖에.

이틀 전에 백신을 맞은 언니가 타이레놀은 꼭 챙겨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사를 맞은 후 15분 이내에 먹으면 좋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다고 한다.


참 익숙한 이름 타이레놀. 열이 나거나 두통이 있을 때 먹으면 효과가 빨라서 많이 알려져 있는 약이다. 지정 병원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1층 약국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타이레놀 주세요."

"타이레놀 없어요. 대신 타이레놀과 성분이 같은 다른 제품 드릴까요?"

"타이레놀이 품절된 건가요?"

"네, 하루에 25개 정도 들어오는데 금방 다 팔려요."


백신을 맞자마자 타이레놀을 먹으면 괜찮다는 말이 많이 퍼져있는 모양이다. 열이 심할 것을 대비해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열이 나거나 많이 힘들면 먹는 게 아니라 나처럼 열이 나기도 전에 먹으려는 사람도 많을듯하다. 아쉬운 대로 타이레놀과 성분이 같은 약을 사들고 주사를 맞으러 갔다. 같은 시간에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있었고 제일 먼저 도착한 나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등 뒤로 하고 진료실에 들어가면서 저 사람들도 타이레놀을 챙겨 왔을까? 문득 궁금했다. 의사는 코와 입을 점검하고 나서 바로 주사를 놔주었다. 따끔하기만 할 뿐 별로 아프지 않았다.

15분 동안 괜찮은지 대기하고 있다가 집에 가야 한다고 해서 멀뚱히 대기석에 앉아있었다. 왼쪽 팔에 약간의 열감이 느껴지는 것 외에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다행이다.

접종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와서 타이레놀과 성분이 같다는 약을 꺼내 먹었다. 다들 먹는다고 하니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그런데 먹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코로나 균과 싸우는 힘을 키우기 위해 백신을 맞는 것인데 싸우기도 전에 균을 무력화시키면 싸우는 힘을 키우기 힘들지 않을까.'


그제야 약을 미리 먹은 게 후회되었다. 이미 먹은 약을 토해낼 수도 없고... 고생 덜 한다는 말을 듣고 별생각 없이 행동한 것을 후회하며 2차 접종 때는 최대한 참아보기로 마음먹었다. 화이자는 2차가 더 아프다던데... 괜찮겠지?

평소 부정맥 증상이 있어서 조금 긴장되었던 1차 접종, 비록 약을 미리 먹어서 후회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넘겨서 다행이다. 2차 접종까지 무사히 마치면 코로나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겠지?

지구 역사에 길이 남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도 많지만, 애써 위안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힘들긴 하지만 전쟁보다는 낫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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