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36. 상투를 자른 사무라이

# 이광훈 지음

by 뽈뽈러


모처럼 시종일관 흥미를 잃지 않고 몰입해서 읽은 책인 것 같습니다.


메이지유신.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군국주의, 그리고 조선병탄과 제국주의 침탈의 태동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인 메이지유신.


이 책은 그 시원과 전개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인물들이 활동하고 역사를 진행시켜 왔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간간이 당시 조선의 상황도 비교하여 보여줌으로써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한쪽의 망국과 한쪽의 개국이 어떻게 펼쳐져 나가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작년 말 토요일자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였습니다.


어떤 기업의 오너가 병환 중에 이 책을 접했는데 너무나도 감동을 받고서 이 책의 저자를 만나고, 또 자신의 직원들에게 책을 권하고, 더 나아가 직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일본 현지연수도 다녀오는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책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메이지유신에서 배웠습니다, ‘인재가 바로 국운’이더군요”


그래서 도대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좋게 다가왔길래 이 정도까지 하는 걸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미 절판됐다고 하여 구할 수 없어 동네 도서관에 검색을 했더니 다행히 소장하고 있어 오래간만에 책대출을 통해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

요시다 쇼인이 세운, 사무라이와 하층민 등 신분에 관계없이 다양한 학생을 받아들인 쇼카손주쿠 학숙.

쇼인의 수제자 다카스키 신사쿠.

하층민 출신의 쇼카손주쿠 숙생 이토 히로부미.

그리고 쇼카손주쿠와 함께 이들을 묶어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인 변방의 조슈번(지금의 야마구치현).


우선, 대략 이런 키워드가 이 책을 관통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1853년 미국 페리제독의 거대한 구로후네(흑선)가 도쿄 앞바다에 다가와 그 위용을 떨치는 광경은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고 합니다. 일반백성에서부터 막부(현재로 따지면 국가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 조쇼번에서 인재로 여겨지던 요시다 쇼인은 번청의 허가를 얻어 에도(지금의 도쿄)에 있었는데, 때마침 이 광경을 목도하면서 근대화 등 일본의 전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 그리하여 요시다 쇼인은 고향이자 조슈번의 수도인 하기라는 곳에서 쇼카손주쿠 학숙을 열었고, 앞서 언급한 다카스키 신사쿠에서부터 이토 히로부미까지 수십여 명의 학생을 가르치면서 메이지유신이라는 근대화의 씨앗을 뿌렸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정한론(征韓論)의 씨앗까지.


-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은 존왕양이파와 토막(막부 타도) 파의 대립과 갈등, 소양이(근대화 후 쇄국)와 대양이(근대화 후 개국) 간 싸움, 조슈번과 사쓰마번 등 지역 간 합종연횡 등이 얽히고설키어 결국엔 '구로후네' 충격 이후 15년 만인 1868년에 메이지유신이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한편, 이 책은 대정봉환(막부해체 및 유명무실했던 왕에게 권력을 넘기는 것)과 메이지유신이 완성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 일본이 어떻게 조선침탈까지 전개할 수 있었는지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500여 년 역사를 간직한 조선이 전쟁 한번 하지 않고 스멀스멀 스러져간 것에 이르면 저자도 그렇지만 저 역시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다시금 생겨납니다.




좌측은 메이지유신 주역인 4대 웅번, 그중에서도 조슈번과 사쓰마번의 위치를 나타내는 책의 그림 / 우측은 조슈번 수도였던 하기시(빨간색 원) 위치를 보여주는 구글맵.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간 일본 관련, 특히 메이지유신, 조슈번과 사쓰마번 간 삿초동맹 같은 이슈를 살펴보려 책을 들여다보면 일본어가 익숙지 않아서인지 그 지명과 인명에 질려 제 풀에 넘어져 접곤 하였는데, 이 책은 그간의 어려움 없이 술술 잘 읽혔다는 점입니다. 쉽게 풀어쓰는데 능한 기자 출신 저자의 역량 덕분이지 싶습니다.


아무튼 그 덕분에 일본의 메이지유신 전후과정과 그 인물들, 그리고 조슈번과 사쓰마번의 관계 등을 자세히 알게 되어 무엇보다 유익했던 책입니다. 간간이 일본 관련 뉴스를 접할 때면 들어보게 되는 인물들과 지명이 이 책에 대부분 언급되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에 힘입어, 일찌감치 사놓고서 책장에서 고이 숨 쉬게만 했던 '조슈이야기, 반일과 혐한의 기원'이라는 책도 곧 집어들 예정입니다. 대략 살펴보아도 이제는 내용이 눈에 금방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자국민의 총격에 사망한 아베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고향이 야마구치현입니다. 지역구 역시 그랬고, 더욱이 집안의 조상들도 그렇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다카스키 신사쿠(高杉 晋作)를 존경하고 흠모하여 자신의 이름 한 글자도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렇듯 역사는 150여 년이 훌쩍 흘렀어도 면면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몇 년간의 내부갈등이 마무리되면서 일본 정치체제가 지금의 내각책임제로 본격 전환됐다고 하는데, 그 초대 총리대신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에서 최근의 아베신조에 이르기까지 조슈번 출신 총리만도 수차례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면면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듯합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그 일본 내에서도 우리 한국과 더욱 가까운 곳인 과거의 조슈번(지금의 야마구치현)과 사쓰마번(지금의 규슈섬 내 가고시마현). 일본의 현대정치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그곳의 면면은 다시금 우리 한국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습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기에.


여전히 노재팬이라는 구호에 그치기보단 이런 책을 통해 일본이 어떻게 흘러왔고 또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하나라도 더 알아가는 게 좋지 않을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기회가 될 때 저 역시도 이런 역사기행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2025.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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