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경선 지음
언제나 그렇듯이 토요일자 일간지는 즐겨 챙겨본다. 특히, 북섹션 코너는.
이 책도 작년 초 북섹션 코너를 통해 호기심이 생겨 찾게 되었다. 솔직히는 아래 기사 내용 중 다음과 같은 표현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인데, 관능적인 묘사가 어느 정도길래 기자로 하여금 누가 볼까 봐 여러 번 뒤를 돌아보게 만든 걸까 하는. 그리고 이런 표현까지 써가며 책을 소개할까 하는.
"관능적인 묘사에 책을 읽다 여러 번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나와 당신의 비밀스러운 피아노 스튜디오 만남에 초대받은 것 마냥."
*책소개 기사 : 봄에 찾아온 사랑… 아프지만 황홀했기에 더 단단해진다
우선, 소설 속 장소들이 광화문, 덕수궁, 덕수궁미술관, 세종문화회관, 정부종합청사 등 현실 속 장소 그대로 인용됨에 따라 읽다 보면 소설이라기보다 현실의 남녀관계를 관찰예능처럼 여러 편에 걸쳐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세 살 연하 남성 피아니스트인 '당신'과 고시 출신 정부공직자인 '나'의 롤러코스터 같은 사랑에 따른 내밀한 심리묘사와 그 관계 등이 리얼하면서도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소설 속 남녀 주인공들의 1년 여에 걸친 연애 관찰기라고 해도 될 정도랄까.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어느 봄날 점심 무렵 늘 가던 덕수궁에서 명찰 목걸이로 상징되는 광화문 직장인들과는 다른 모습의 피아니스트인 '당신'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며칠 후 회사 근처 카페에서 다시 조우하게 되고 또 우연히 한자리에 합석하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서막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나'의 지인 결혼식에 함께 참석한 그날, '나'와 '당신'의 끌림은 곧바로 육체적 관계로 이어지면서 둘의 활화산 같은 사랑은 본격 시작한다.
마침 회사 근처에 '당신'의 피아노 스튜디오를 겸한 오피스텔이 있어, 매일 점심시간이면 이곳에서 둘은 격정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나'는 몸이 휘청거려 반차를 쓰고 수액을 맞을 지경까지 이른다.
하지만 이런 황홀경의 시기를 지나면서,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공적인 삶이 여의치 않는 '당신'의 일종의 현실자각 때문에 이들의 사랑은 점점 휘청거리게 된다. 특히, 멀어져 가는, 멀어지려고 하는 쪽이 '당신'이라서 '나'는 조심하는 속에서 '당신'에 대한 조바심과 불안, 미움이 싹트고 사라지길 반복하고, 그러다 분노심도 생기면서 질척대는 모습까지 이른다.
당분간 떨어져 지내고 싶다는 '당신'의 말은 하세월에 이르고, 결국 어떠한 연락도, 반응도 없는 '당신'에 대해 '나'는 사랑을 시작한 때였던 수양벚꽃나무가 피는 시기가 다시 도래한 즈음에서야 마음의 평정을 찾으면서 사랑을 정리하게 된다.
그런 어느 점심시간, 1년 전 사랑을 시작할 때 수양벚꽃나무를 배경 삼아 예쁘게 찍어주겠다던 '당신'이 아닌 직장동료가 찍어주는 사진. 활짝 웃는 속에서 '나'의 눈은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시리다.
그러면서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파이 이야기' 중 마지막 장면의 남자 주인공 대사를 인용하면서, 그저 제대로 작별인사를 고하고 싶었던 게 다라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인생의 모든 것은 결국 뭔가를 놓아주는 행위가 되는데, 언제나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작별 인사를 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거예요"
오래간만의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였고,
표면적으론 사랑의 상처가 남은 사람은 여자 주인공인데, 만일 그것이 남자 주인공이었다면 또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기도 했는데, 친절히도 작가의 말이 공감이 되어 그 인용으로 대신하며 마무리합니다.
작가의 말 中,
"사랑을 한 여자 주인공 '나'에겐 상처가 남았고, 그 상처만큼은 저자로서 도닥여주고 싶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서도 견디기 쉽지 않은 일이므로. 그렇다 해도 사랑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조금 더 혹은 덜 사랑한 사람이, 조금 먼저 사랑하기를 그만두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멈추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고로 소설 속 '당신'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냥 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 같다. 여전히 잘은 모르지만."
2025.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