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연습은 기본기 다지기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멜로디를 따라서 언제 심벌즈를 때리고 어느 순간 오른발로 킥을 쳐야 할지를 매번 놓치고 헤매었다.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대략 3주 정도에 걸쳐서 레슨을 진행했던 것 같다. 보통 네 마디 중 세 마디까지는 반복되는 패턴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네 번째 마디는 통상적으로 리듬이 변형되거나 곡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하는 구간이라서 좀 더 난이도 있는 연주기법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곡을 따라서 연주를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반복 구간에서 변형 구간으로, 변형 구간에서 다시 반복 구간으로, 뒤이어 클라이맥스 고비를 넘어 곡의 끝을 향하는 반복 구간까지, 이러한 흐름을 사지를 활용하여 매끄럽게 연주하는 게 어찌나 어렵던지. 그저 연습에 연습이 계속되었다. 그러기를 3주 차쯤에 이르면서 드디어 악보를 따라서 곡의 흐름에 정확히 내 연주를 맞출 수 있었다. 드럼 곡 연습의 서막은 이렇게 열려나갔다.
두 번째 곡 연습은 김태우의 '사랑비'
이번 '사랑비'는 선생님이 미리 악보를 건네주었다. 곡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빠른 데다 중간에 16비트 리듬도 나오기 때문에 미리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라는 의미에서.
그래서 나는 집에서 악보를 출력한 후, 사랑비를 들으면서 곡의 흐름과 악보를 대비하면서 살펴보았다. 앞서 첫 번째 곡 연습의 체험 효과 때문인지 이번에는 네 번째 마디 또는 곡의 중간중간 변형되는 리듬을 나름 표시까지 하면서 집중을 기했다.
그럼에도 실제 연주는 역시 쉽지 않았다. 특히, 16비트 리듬("걷다가 걷다가 걷다 보면 바라던 내가 널 기다려")은 홀로 연습도 안되던 구간이라서 선생님의 도움과 계속된 연습으로 겨우 몸에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냈을 때의 쾌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만, 드럼 연습에 있어서 아쉬운 점은, 새해 1월에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랑비는 한주만의 곡 연습으로 레슨을 마치게 됐다. 덩달아 드럼 레슨 역시 1월 한 달은 멈출 수밖에 없는.
때문에 이렇게 마무리하면 곡 연습뿐만 아니라 드럼 연습의 전반적 흐름이 끊길 것 같아서, 나는 제주도로 떠나기 전 일요일에 학원에 가서 미친 듯이 '사랑비'를 두드렸다. 킥을 무시로 쳐야 하는 오른발 등뼈가 뻐근해지고 욱신거리는 것도 모른 채로.
그러기를 2시간여, 나 스스로 모든 것을 체득하고 나서야, 나는 작은 미소를 머금고 제주도 행에 나섰다.
2021.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