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덕호 Mar 31. 2016

훅 치고 빠진다는 것

갑자기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이별은 원래 그렇게 다가오는 걸까.


얼마 전 집안에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이것저것 가구들을 옮겼다.

그러다 허리가 삐끗하여버린 것 같다.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내 마음대로 들었으나

허리는 아직 준비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혼자만의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그래서 미안하게도 허리를 다치게 했다.


사람은 천천히 변해가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변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벌컥 화를 잘 내는 친구.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는 사람.

난데없이 변하는 사람은 조금은 무섭기도

하며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들면 허리를 다치듯이,

사람의 인연도 갑자기 빠져버리면 그 리스크는 상당하다.

금사빠라는 말이 있다. 금방 사랑에 빠지다.

조금은 어려운 말이지만 세상엔 금사빠들이 많다.

나 또한 무엇인가에 홀리듯 빠져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갑작스레 다가 온 사람이, 느닷없이 떠나게 될 때.

문득 무거운 짐을 들 때처럼 삐끗하여버리는 것 같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짊어지려고 한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욕심은 꼭 빠르게 빠르게를 재촉하는 것이다.

그렇게 냄비 같은 만남은 꼭 금방 식어버린다는 게 참 슬프다.


훅 치고 들어오는 펀치를 피하지 못하면 쓰러지듯이 만남과 이별은 가끔 머리가 띵 하도록 한방 치고 빠지는 것이다.

만남에도, 이별에도 작은 여유를 주었으면 좋겠다.

차근하게 서로를 알아가고,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모질게 몰아치는 태풍처럼 세상을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홀연히 걸어갈 수 있게, 문득 굳어지지 않게 틈을 주었으면 좋겠다.

준비운동을 할 시간을,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부디 서로가 최대한 다치지 않게 소중한 추억은 안고 떠나갈 수 있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그루의 동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