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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Apr 05. 2016

심어줘요

4월 5일 식목일.

예전에는 빨간 공휴일이었는데 요즘은 그저 평범한 하루가 되었다.

나무를 심는 설렘이 가득했는데 요즘은 그런 기분을 잘 모르겠다.


흙을 만지고, 그 속에 꽃이나 나무나 풀이나 씨앗이나 심는 일.

푸르른 잎이 나기 시작하는 것들을 심는 일은 의미가 있다.

심었던 초목이 5년이 지나고, 또 10년이 지나면 크게 잘 자라 있을 것이다.

언제 저렇게 까지 컸나, 싶을 정도로 아무 말도 없이 혼자서 묵묵하게 자리 자리를 지켜낸다.


우리 집에도 텃밭에 상추를 심고 배추를 키운다.

그렇게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햇살은 받고 자란 상추는 맛도 꼭 자연을 닮았다.

꽃들이 봄이 왔으면 알리고, 봄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주며 한 숨 쉬어갈 수 있게 해준다.


심어줬으면 좋겠다.

흙을 파서 작은 구멍 하나 만들어서 작은 초목이라도 심어줬으면 좋겠다.

물을 주고 애틋하게 만져주며 잘 자라라고 이야기해주면 그 말을 곧 알아들을 것이다.


심는 일은 중요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게 해주는 것.

스스로가 무엇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과 성공.

그리고 감동을 심어주는 일은 어릴 때부터 정말 중요한 일이야.

연인에게는 믿음을 심어줘야 해.

평소에 믿음직한 행동으로서 서로에게 기대서 쉬어갈 수 있게 말이야.

사랑도, 감정도, 믿음도, 진실도 모두 다 심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평소에 작은 말투 하나 표정 몸짓이 다 씨앗이 돼서 점점 자라게 되는 거야.

그렇게 습관이 무서워지고,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많이 웃고 행복을 알아야 해.

심지 않으면 풀이 나오지 않듯이, 미소를 심지 않으면 미소가 자라기 힘들 거야.


인상을 쓰지 말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맞이해줘.

조금은 인내하고 확고하게 믿음을 줘.

그렇다고 주위에 감시하는 사람을 심어놓거나 의심을 하면 더 불안해지는 거야.

믿음이 없다면 만남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일이야.


스스로에게도 믿음이 없다면, 남을 믿지 못하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면, 그도 나를 믿지 못할 거야.

서로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해. 그렇게 가꾸고 관리해주면 멋진 초목이 될 거야.

한 그루의 나무처럼, 묵묵하고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될 거야.


지금부터라도 심어줬으면 좋겠어.

마음속에 작은 씨앗 하나 간직해줘.

봄으로부터 시작하는 거야.

내가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수확할 것도 없는 것이니까.

그렇게 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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