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랬다.
아버지는 늘 웃지 않는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 오셨다.
화가 나신 걸까?
어릴 적 아버지는 무서웠다.
문 소리가 반갑지 않았다.
덜컹, 문 여는 소리는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고
차가운 쇳소리처럼 날카로웠다.
아버지가 오시는 소리에
이불 속에 들어가 자는 척을 하며
숨 죽여 문 밖 소리에 집중한다.
삐그덕, 열리는 방문에 다가오는 그림자,
얼굴까지 덮인 이불을 내리는 아버지,
이마를 가린 머리를 쓰다듬어 정리해 주신다.
아버지가 다녀간 자리에
흙냄새, 먼지 냄새가 난다.
아버지 냄새는 그랬다.
후다닥 소리에 질끈 감은 눈,
어설픈 연기에 다 아실만도 한데
아버지는 모른 척 발길을 돌리신다.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조심조심
개미 발걸음으로 들킬세라 조심조심
문고리를 잡고 숨죽여 귀를 대본다.
소리 없이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
조용히 스며오는 낯익은 그림자,
슬픈 아버지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 그림자,
아버지의 그림자가 조용히 들어와
마음을 울리곤 한참 뒤에 사라진다.
문과 문 사이에 놓인 침묵의 그림자,
'아버지와 나'사이의 그림자,
그림자 대화가 왜 그리도 슬펐을까.
철없던 아이는 문과 문 사이에 놓인
슬픈 그림자 대화가 잊히지 않아
밤새 눈물로 이불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