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훈련

by 박정관 편집장

언뜻 제목만 읽어보면 강아지가 주인에게 훈련받는 내용인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다. 주인 명령이 떨어지면 복종하는 훈련이 아니라 도로 강아지가 주인을 훈련시키는 내용이다. 내용인즉슨 ‘컹컹’ 짖으며 주인에게 집요하게 요구하는 애완견 봄이 이야기다. 입에 공을 꼭 물고 와서는 간절한 눈빛으로 요구를 하면 나는 처음에는 못 들은 척 모른 체한다.

내가 조간신문을 읽고 있는 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 읽었다 치면 이때다 하고 쏜살같이 달려와 데모하듯 요구사항을 들어줄 때까지 결코 물러서질 않는다. 내가 얼른 일어나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가면 졸졸 따라온다. 옥상의 낡은 의자에 앉아 자리 잡자마자 입에 물고 있던 공을 내 앞에 팽개치듯 던지는 봄이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 간절한 눈빛에 보상이라도 하듯 나는 돌고래를 집어 10여 미터 거리로 휙 던진다.

돌고래는 봄이가 공놀이 할 때 쓰는 애완견 장난감이다. 봄이의 운동신경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앞으로 던져줘도 그대로 받고, 자기 몸 뒤로 던져줘도 반 바퀴를 바로 유턴하면서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입으로 낚아챈다. 마치 프로 스포츠 선수의 몸동작처럼 솜씨가 아주 좋다. 한날 동시에 태어난 겨울이도 처음 몇 달간은 함께 공놀이에 동참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스포츠는 너네끼리나 해라’ 하고 거들떠보지도 않게 됐다. 그 이유는 공을 던져주면 십중팔구 봄이가 낚아채버렸기 때문이었다.

운동감각을 천부적으로 타고난 듯 몸동작이 화려하고 재빨라 겨울이 지가 아무리 애써도 공을 잡을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겨울이는 재미고 흥미를 아예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수년간 한 번도 공놀이에 동참한 적도 없다. 봄이는 스포츠를 마치면 나를 따라 옥상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집안의 자기 자리에서 내가 글을 쓰거나 인터넷 웹서핑을 하는 동안 얌전히 엎드려 기다린다.

그러다가 휴대폰 벨이 울려 통화가 끝나거나 웹서핑이 끝나거나 하면 또 금세 달려와 공놀이 하자고 부추긴다. 구정 연휴가 시작되는 지금 이제 곧 봄이 된다. 봄이는 따뜻한 봄날에 더 화려한 몸동작으로 자신만의 스포츠를 즐길 것이다. 예전에 복산동에 살 때 봄여름겨울이 3형제는 교회 주일학교 아이들과 함께 교회 바로 옆 공원에서 곧잘 뛰어놀았고, 학성동 MBC방송국이 있는 산에도 자주 가서 활보했다. 지금은 우정동으로 이전해서 바깥 외출이 조금 불편한데 새롭게 맞는 봄에는 강아지 봄이와 겨울이와 더 자주 바깥에서 뛰어놀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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