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식과 모성본능이 강한 탓일까. 미미가 월요일, 새끼 일곱 마리를 또 낳았다. 배가 불러온다는 주홍가든 사장님의 말을 들으며 한 쪽 귀로 흘러버렸다. 긴가민가하며 확신하지 못한 채 하는 말이었고, ‘설마 벌써 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한 살 된 미미가 새끼고양이를 임신해 네 마리를 낳았다.
그 아이들이 이제 겨우 성묘가 됐고, 미미가 터울도 없이 또 임신할까 했는데 정말 주홍가든 사장님의 진술대로 돼버렸다. 매화가 본격적인 개화를 알리며 앞 다퉈 피고, 물오른 목련의 잎새가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는 이때 미미는 갓 세상에 태어나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일곱 마리 새끼고양이의 어미가 되어 버렸네. 한편으로 미미의 행동이 이해가는 부분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미는 부모나 가족들을 모두 잃었을 개연성이 짙다. 이제 갓 한 달밖에 안 된 새끼고양이가 도로 한가운데서 차량이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길가 밖으로 안 나간다 것은 필시 무슨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아마 내 짐작대로 부모나 가족을 교통사고로 잃었기에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인 것이다.
미미가 도로 한가운데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던 곳은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초입에 있는 덕하시장 주변 길이었다. 이금희 발행인과 나는 업무차 그곳을 지나가며 신호대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량 한 가운데 있는 새끼고양이를 발견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거울에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할 수없이 조수석에서 내려 고양이를 쫓았지만 뒷차들이 밀려와 우리는 그대로 신문사로 돌아왔다.
몇 시간 뒤 저녁나절 이금희 목사는 어디선가 계속 고양이 소리가 난다고 했다. 나는 괜한 소리로 듣고 그럴 까닭이 어딨는가 무시했다. 얼마 후 내 귀에도 고양이 소리가 나서 살펴보니 정말 차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보험회사 견인차가 출동해서 둘러봤지만 아무리 찾아도 고양이는 찾을 수 없었다.
견인차 출동기사는 마지막으로 보닛을 열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그대로 따랐더니 차량의 왼쪽 헤드라이트 바로 윗부분에 새끼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기딴에 방어한다고 앙칼진 목소리로 야옹야옹 거렸다. 우리는 신기한 이런 일에 놀랄 뿐이었다. 그래서 새끼고양이는 우리와 인연이 돼 한 달 열흘을 같이 지냈고, 이금희 목사는 美美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미미는 처음에는 많이 경계하다가 곧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우리와 함께하는 동물가족이 됐다. 문제는 우리가 팔년 째 키우는 봄이 겨울이가 환장한다는 것이었다. 밤새 잠도 자지 않고 살피고 관심 갖고 도무지 호기심이 잦아들 기세가 아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박제상 유적지가 인근의 두동 쪽 촌자락에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종이박스에 자신을 데리고 떠날 것을 눈치 챈 미미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는 안타깝지만 미미를 분리해 떼놓을 수밖에 없었다. 미미는 차량에 탈 때부터 시작해서 긴장하더니 슬픈 목소리로 야옹야옹 거렸다. 우리는 한산한 길가아래 미미를 내려주고 범서에 도착해 추어탕을 먹었다. 혹시 자신이 살 곳으로 잘 갔나 싶어 우리는 3시간 뒤 미미를 풀어주었던 그곳에 도착했다.
세상에나, 미미는 도깨비풀을 가득 묻힌 채 우리 차량이 도착하자 풀 속에서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3시간이나 그 자리에 그대로 붙박여 있을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자기를 버리지 않고 찾아올 것을 예감했던 것일까. 다시 돌아온 미미를 분양보내기 위해 수소문하다 10년째 단골로 가는 웅촌의 주홍가든에 식사를 하고 들렀을 때 그곳에서 키운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그날 저녁에 미미를 데려다 주었다.
또 다시 종이박스에 미미를 넣고 신문사를 나설 때 봄이 겨울이에게도 확실히 떠나는 장면을 각인시켜주었다. 미미는 이미 자신을 버릴 것이라는 운명을 알고 슬픔이 가득한 얼굴이 됐다. 차량이 출발하자마자 이금희 목사는 미미를 종이박스에서 꺼내 품에 안았다. 가는 내내 미미는 두려운 시선으로 창밖을 살폈지만 사위가 어두워져가는 시간에 무엇이 보였겠는가.
웅촌의 주홍가든에 갔을 때 미미는 낯선 곳이라 경계했지만 보자마자 여사장님은 미미가 귀엽다고 좋아라 했다. 우리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30여 분 정도 있다가 되돌아왔다. 미미가 낯선 곳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자신의 운명이었다. 미미는 한 달 가량 목줄에 묶여지내다가 주인아주머니는 미미를 넓은 마당과 공터에서 자주 산책을 시키곤 했다.
얼마 후 미미는 주홍가든 한켠의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자신의 삶의 영역을 마련하고 자유롭게 활보하게 됐다. 그리고 미미가 어느 날 임신해서 새끼를 낳았고, 그 새끼들이 얼마 전에 다 자라자마자 또 일곱 마리의 새끼고양이를 낳았다. 어쨌든 미미야, 고생 많았다. 주홍가든에서 한 달 정도 젖을 물리며 새끼들이 조금 크면 두 마리씩 지인들에게 보내기로 이미 약속돼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대구에 춘분에 이렇게 대설이 내리기는 108년만이라던 어제 우리는 해거름에 미미를 보러갔다. 미미는 반갑게 아는 체를 했다. 미미가 맛있는 간식을 먹고 있는 사이 우리는 새끼고양이를 만났다. 이제 첫 세상에 신고식을 하며 꼬물거리는 새끼들은 엄마 미미의 애절한 사연을 알기나 하는 걸까. “잘 커라”고 축복하고 우리는 미미에게도 “수고했다”며 쓰다듬어 주고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