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늙어서도 나를 사용하소서
지난주 일요일, 교회에서 목사님의 설교 제목은
‘노년의 항해를 위한 기도'였다.
그 말씀이 내게는 유난히 따뜻하게 다가왔다.
요즘 들어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후두 위산 역류질환’이라는 생소한 병명과 함께
목은 쉬고, 위장은 편치 않았다.
약을 처방받아먹고 있지만, 젊었을 땐 금세 나아지던 것들이
이제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기운이 빠진다.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오히려 그 말이 마음 한편을 더 무겁게 했다.
그날 설교 말씀은 시편,
다윗이 지은 시를 바탕으로 한 기도였다.
목사님은 조용히, 그러나 힘 있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한 줄 한 줄 기도문을 읽어 주셨다.
“내 인생의 강물이 끝까지 넘쳐흐르게 하소서.
내가 항상 피하여 숨을 바위가 되소서.
내가 늙을 때 나를 버리지 마시고 떠나지 마소서.
내가 늙어서도 나를 사용하소서.
나의 혀로 종일토록 주를 찬송하리이다.”
말씀이 끝나자,
내 안에 오래 잠들어 있던 감정이
조용히 물결처럼 밀려왔다.
예전에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어딘가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양가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셨고,
친구나 지인의 부고 소식도 더 자주 들려온다.
주변에 아픈 이들이 늘고,
병원을 찾는 내 발걸음도 잦아졌다.
아, 인생이 유한하다는 걸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움츠러들었다.
새로운 걸 배우는 일이 두려워지고,
익숙한 방식과 생각에서 벗어나기 싫어졌다.
내 인생의 강물은 흘러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흐르기를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그 자리는 곧 늪이 되었다.
늪은 나 자신만 가라앉히는 게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함께 끌어당긴다.
그래서 목사님은 말씀하셨다.
죽는 날까지, 내 인생의 강물이 넘쳐흐르길 기도하라고.
그 말이 깊은 울림으로 가슴에 새겨졌다.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지고,
감정에 덜 휘둘리며,
두려움 없는 삶을 살게 되리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일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진다.
체력은 점점 줄어들고,
자녀들은 자신의 삶으로 떠나간다.
혼자가 되는 순간이 올까 봐,
조용히 두려움이 스며든다.
예전엔 내 삶이 내 힘으로 이뤄진 것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안다.
이만큼 살아온 것도
주변 사람들의 손길과
설명할 수 없는 하늘의 도우심 덕분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
내가 늙었어도
나를 버리지 마시고,
아직 남은 숨과 힘으로
당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저를 사용해 주세요.
당신이 내 삶의 바위가 되어 주세요.
그리고 내가 여전히,
입술로 당신을 찬송하게 해 주세요.”
삶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흐르지 않으면 썩고,
그 자리에 고이면 생명도 기쁨도 잃는다.
나는 기도한다.
내 인생의 강물이
죽는 날까지
넘쳐흐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