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 차, 나의 관계 지도 그리기

치유의 글쓰기 13

by 운아당
하늘에 그림을 그렸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 마틴 부버


나는 관계 안에서 만들어진 사람


우리는 누구도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가족이라는 첫 번째 관계 속에 놓여 있고, 시간이 흐르며 우리가 머무는 환경에 따라 또 다른 관계들이 이어집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엮어 가듯, 우리는 매 순간 관계망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그리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까지—
내 삶의 이야기는 결국 ‘사람과의 관계’로 짜여 있습니다.

어떤 관계는 나를 지탱해 주었고, 어떤 관계는 나를 아프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떨쳐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연결된 관계도 있겠지요. 그러나 좋든 힘들든, 그 모든 관계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습니다.

관계를 돌아본다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이 아닙니다.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패턴으로 살아왔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나는 언제 거리를 두고, 언제 가까워지는 사람일까?”
“나는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어떤 상황에서 마음을 닫을까?”

이 질문들은 단지 인간관계를 넘어서, 내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즉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나의 삶의 태도이자, 현재 내면에 자리한 지도의 모양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지도를 천천히 펼쳐 보며, 내 삶 속 사람들과의 연결선을 한 줄씩 되짚어 봅시다.
관계를 이해하는 일은 곧 나를 이해하는 일이니까요.


심리학 코너 ― "나는 관계에서 어떤 패턴을 반복하고 있을까"


우리가 관계에서 보이는 태도와 패턴은 우연히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관계 스키마(Relationship Schema) 또는 대인관계 패턴(interpersonal pattern)이라고 부르며, 개인의 과거 경험이 현재의 관계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는 여러 심리학적 요소가 작용합니다.


첫 번째,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는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어린 시절 부모와 맺은 관계 방식이 성인이 되어 타인과의 관계에도 반복된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주요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세상을 어떻게 신뢰할지’, ‘사람에게 얼마나 마음을 열지’를 배우게 됩니다. 대표적인 애착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안정형 애착: 타인과의 친밀함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신뢰할 수 있음.

. 불안형 애착: 관계에서 버림받을까 봐 불안해하고, 지나치게 의존함.

. 회피형 애착: 상처받을까 봐 감정 표현을 피하고, 거리를 유지함.

. 혼돈형 애착: 관계 속에서 친밀함과 두려움이 공존함.


성인이 된 후의 모든 관계에서 이 초기 애착의 흔적이 반복된다고 많은 연구가 밝혀왔습니다.
즉, 나는 가까워지는 사람일까, 거리를 두는 사람일까?
이 질문의 답은 대부분 어린 시절 경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애착 패턴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사랑을 배우고 표현하는 고유한 방식이에요.
중요한 건, “나는 어떤 관계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아차리고, 그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새로운 관계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두 번째, 관계의 거울(Interpersonal Mirror), “타인은 나를 비춰주는 또 다른 나”입니다.

대인관계 치료(Interpersonal Therapy, IPT)에서는 타인을 ‘거울’로 봅니다.
특정 사람 앞에서 나오는 감정과 반응은 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존재하던 무언가를 비춰준 결과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가 유독 나를 건드릴 때

비슷한 유형의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실망할 때

어떤 상황만 되면 감정이 과하게 흔들릴 때

그 순간의 감정은 ‘지금의 사건’보다, 내 안의 오래된 기억을 더 강하게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 전이와 반복 강박(Transference & Repetition Compulsion)입니다.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분석에서는 우리가 과거의 관계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려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늘 비슷한 유형의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 같다면

관계가 어느 수준 이상 가까워지면 도망치게 된다면

상대가 나에게 기대를 보이면 부담을 느껴 차단한다면


이것은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미해결 된 감정이 이어지는 심리적 반복일 가능성이 큽니다.
관계 지도를 그리는 과정은 이 반복을 인식하고 멈추게 하는 첫 단계입니다.


네 번째, 자기-타인 도식(Self-Other Schema), “나는 어떤 사람과 연결되는가”입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우리가 각 사람에게 ‘라벨’을 붙이고, 그 라벨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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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퇴직했습니다. 소중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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