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박사 2화
“사람은 아프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치료받지 못해 고통받는 건, 사회가 병든 탓입니다.”
장기려 박사는 몸이 아픈 사람보다
의료를 포기한 사람을 더 안타깝게 여겼다.
1950년대 부산.
전쟁이 끝났지만 사람들의 삶은 전쟁 같았다.
먹고 살기도 벅찬 세상에서, 병원은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멀고 무서운 곳이었다.
그는 그 현실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복음병원에 부임한 장기려는
병원 문턱을 낮추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는 환자들에게 수술비를 묻지 않았다.
“병이 낫고 돌아오신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어떤 환자는 쌀 한 되,
어떤 이는 작은 감사를 적은 편지 한 장을 보내왔다.
장기려는 그것들을 치료비보다 값진 보상이라 여겼다.
의료를 아예 바꾸겠다는 결심으로
장기려 박사는 1968년,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설립했다.
청십자는 한국 최초의 민간 의료보험 제도였다.
그는 몇 천 원이라도 부담 가능한 사람들이
소액의 보험료를 내고, 제대로 진료를 받도록 돕고자 했다.
이 모델은 훗날 대한민국 국민건강보험 제도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의료가 '시혜'가 아니기를 바랐다.
장기려는 말한다.
“돈이 없어서 병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문턱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의료 제도의 본질을 지킨 사람이었다.
병을 고치면서도,
사람의 자존심까지 지켜준 의사였다.
청십자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살아 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진료’,
‘묻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형편’,
‘돈보다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
장기려 박사의 정신은
여전히 많은 의사들의 마음에 피어 있다.
3회차에서는
그의 삶의 마지막 순간들,
그리고 검소하고 진실했던 일상의 기록을 통해
그가 진짜로 남긴 ‘유산’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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