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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 (1965)

대자연과 음악, 오스트리아의 풍경

by 원일

프롤로그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오늘 소개할 작품은 나의 인생 영화 TOP 10에 당당히 자리 잡은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어릴 적, 8살의 내가 처음 사람들의 움직임을 스크린을 통해 보며 매료되었던 그 영화. 그 당시엔 '뮤지컬'이라는 장르도 몰랐고, 그저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멋져 보였다.


나에게 있어 사운드 오브 뮤직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가 아니다. 어린 나에게 꿈을 심어주고, 음악의 힘을 깨닫게 해주고, 영화를 사랑하게 만든 시작점이었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잘츠부르크의 광활한 초원 위에서 마리아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순간의 압도적인 풍경과 음악은 어린 나에게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장면은 단순한 오프닝이 아니라 이 영화의 모든 정서를 압축한 상징적 시퀀스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음악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이야기. 마리아와 폰 트랩 가족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유대감은 뭘 모르는 어린아이가 봐도 그 후의 내가 봐도 항상 좋았던 것 같다.



특히, Edelweiss는 어렸을 때 직접 가사를 외워서 부를 정도로 좋아했다.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어디선가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노래가 가진 힘이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그 멜로디가 주는 따뜻함은 여전히 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그리고 원장 수녀님이 부르던 Climb Ev'ry Mountain은 지금 들어도 웅장하고 힘이 느껴진다.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메시지가 단순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오는데, 어쩌면 가장 힘들거나 힘을 얻고 싶을 때 가끔 듣게 된다. (내가 쓰는 시나리오에 이 노래를 넣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처음 보고 나서, 나는 영화라는 세계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무언가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영화가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지금도 가끔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장면들이 여전히 아름답고 예쁘다. 잘츠부르크의 풍경은 시간의 흔적 없이 빛나고,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며 뛰어놀던 언덕은 언제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극 중 폰 트랩 가족의 여정은 그저 영화적 상상력이 아닌 역사 속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다소 로맨틱하게 그려졌지만, 원작에 가까운 폰 트랩 가족 합창단의 실화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험난했다. 오스트리아에서 나치를 피해 알프스를 넘는 장면은 실화의 상징적인 부분을 극적으로 재현한 것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고 한다. 영화적 연출이 더 극적인 울림을 주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016년, 운 좋게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 재개봉 전 사운드 오브 뮤직을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파주에 살고 있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부랴부랴 뛰어서 겨우 막차를 탔었다.


어릴 적 비디오로 보았던 그 기억도 소중하지만, 극장에서 다시 마주한 그 경험은 차원이 달랐다. 거대한 스크린에 펼쳐진 잘츠부르크의 초원과 호수, 마리아가 팔을 벌리고 노래하던 그 순간의 풍경은 스크린을 뚫고 내 앞에 펼쳐진 듯 생생했다.


무엇보다 극장에서 느낀 사운드는 압도적이었다. 비디오에선 놓쳤던 작은 새소리 나 바람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려왔다. Do-Re-Mi가 울려 퍼질 때, 극장을 가득 채우던 그 리듬감과 에너지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그 경험은 내게 다시 한번 영화를 사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사운드 오브 뮤직은 단순한 추억이 아닌 내 삶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건, 이 영화가 내게 전해준 그 특별한 순간들 덕분이 아닐까. 1999년 1월 1일, 8살 어린아이의 눈으로 처음 마주했던 사운드 오브 뮤직. 그리고 34살이 된 지금까지도 내 마음 깊이 자리한 그 장면들.


이 영화는 단순히 비디오와 스크린 속에 머무르지 않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내 기억 속에 살아 숨 쉬는 한 편의 '영화'로 남았다. 잘츠부르크의 언덕에서 울려 퍼지던 노랫소리는 내 유년 시절을 두근거리게 했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노래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이 영화는 죽는 그날까지 여전히 내 안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을 것만 같다.




"The hills are alive with the sound of music…"






아니 누가 건틀렛 오브 뮤직을 만든거냐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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