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고양이가 되고 싶지않냐옹(?)
앞에 소개했던 영화들이 다소 무겁고 심도 깊게 할 말이 많았다면, 오늘은 좀 더 가볍고 사랑스러운 영화를 가지고 왔다. 필자인 나는 고양이에 환장한다. 비록 비염과 방랑벽이 커서 집에서 키우진 못하지만, 길가에 지나가는 고양이만 봐도 차가운 T형 인간이 순식간에 F로 변하는 걸 느낀다.
아마 이 영화와 더불어 수많은 고양이 영화들 덕분에, 이미 '고미자(고양이에 미친 자)'의 운명은 정해져 있던 게 아닐까 싶다. ( 그 영향력에는 캣츠는 아닐 거다. 절대)
오늘 소개할 작품은 바로 월트 디즈니의 '아리스토캣'이다. 대부분 아기 고양이인 마리를 많이 기억할 텐데, 그 애니메이션이다. 지금처럼 스트리밍 서비스가 당연하지 않던 시절, 난 빛바랜 비디오테이프를 수백 번은 돌려봤다. 사운드 오브 뮤직과 함께 내 어린 시절의 화면을 가득 채웠던 작품이다.
디즈니 클래식 중에서도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그런 작품이다.
파리의 대저택에 사는 귀족 고양이 '더치스'와 그녀의 사랑스러운 세 마리 새끼들. 평화롭던 일상은 주인마님이 전 재산을 고양이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기며 뒤흔들린다. 탐욕스러운 집사 에드가의 계략으로 인해 도시 한복판에 버려지게 된 더치스 가족은 자유로운 길고양이 '토마스 오말리'를 만나면서 흥미진진한 모험을 시작한다.
도시의 밤거리와 고양이들이 머물고 만들어나가는 재즈 클럽,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은 단순한 동화적 귀여움을 넘어서, 당시 디즈니가 추구하던 음악적 실험과 파리지앵 특유의 낭만을 함께 담아냈다. 특히 "Ev'rybody Wants to Be a Cat"라는 경쾌한 재즈 넘버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지금 들어도 흥겹고 신난다.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그 시절 디즈니에서 보기 드문 재즈 음악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Ev'rybody Wants to Be a Cat가 흘러나올 때,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몸을 흔드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마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저런 이유 때문일지도.
아리스토캣은 단순히 동물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도시의 낭만과 자유를 꿈꾸는 고양이 그리고 가족 위주의 유대감과 새로운 우정, 모험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아니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귀여운 모험담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억 속에 아리스토캣은 그저 사랑스러운 고양이 가족의 모험 이야기였다. 하지만, 커서 다시 마주한 이 작품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숨어 있었다.
아리스토캣의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191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한 상류층 여성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애완 고양이들에게 상속하려고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이 작품이 월트 디즈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관여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1966년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의도와 감성이 영화에 녹아있어 특유의 따뜻함이 더 깊게 스며든 것 같다.
아리스토캣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더치스와 아기 고양이들의 모험만이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동물 캐릭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역할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배경에 머무는 조연이 아닌,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고, 더치스 가족의 여정을 돕거나 방해하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많다.
로크포트는 더치스와 아기 고양이들과의 친하며 에드가가 고양이들을 버리려 할 때 유일한 목격자로서, 다시 가족이 모일 수 있도록 돕는 숨은 작은 영웅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조연이 아닌, 진정한 친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프루프루는 마차를 끄는 말로 아기 고양이와 더치스, 로크포트와의 우호적인 관계다. 특히 에드가를 혼쭐 내는 장면에서는 그동안의 온화한 모습과 달리 시원한 응징을 보여준다.
나폴레옹과 라파예트는 시골의 강아지 콤비로, 이유도 없이 지나가는 차량들을 쫓아내려는 웃픈 집착을 보여준다. 더치스와 아기 고양이를 버리는 에드가와 그의 오토바이를 쫓으며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영화의 유쾌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셋의 케미는 마치 익살스러운 콤비 플레이를 보는 듯해, 영화에 생동감을 더한다.
애비게일 개블과 아멜리아 개블, 이 거위 쌍둥이는 파리로 향하는 여정에서 오말리와 더치스와 아이들의 동반자가 되어 준다. 그 과정에서 만난 왈도 삼촌은, 술에 찌든 모습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정감 가는 캐릭터다.
이처럼 아리스토캣은 단순히 고양이 가족의 모험에 그치지 않고, 주변 동물들의 개성과 매력을 한껏 살려낸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요한 조력자이자 감초 역할을 해내며 영화의 풍성함을 더해준다. 그래서 더치스 가족의 모험은 단순한 여정이 아닌, 따뜻하고 유쾌한 동물 친구들과의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
연인 혹은 아이들과도 간단하게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디즈니+에서 스트리밍 가능하니 아직 안 보셨다면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