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부 (1972)

정제된 폭력과 묵직한 침묵

by 원일

2023년 6월, 우연히 영자원에서 상영 중이던 대부를 보게 됐다. 사실 이 영화를 스크린으로 본다는 게 얼마나 흔한 일이 아님을 알기에 귀찮음을 이겨내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영화인들이 ‘인생 영화’라 꼽는 작품이지만, 막상 나와는 좀 결이 다르겠지 싶던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마초적이고 전형적인 남성 서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는 전혀 그런 선입견을 뛰어넘는 영화였다. 이야기의 전개,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선, 그리고 모든 장면이 치밀하게 계산된 듯한 연출력까지. 정제된 폭력과 묵직한 침묵,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연민 같은 것들이 인상 깊었다.


대부는 단순한 갱스터 영화가 아니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문이 미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복잡한 가족 서사이며, 권력, 충성, 배신, 가족, 세습이라는 테마를 강하게 끌고 간다. 특히 마이클이 가족을 위해 조직의 어둠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과정은 ‘도덕과 권력의 경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섬뜩할 정도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권력과 인간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극을 다룬 영화 중 하나며 가문의 존엄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선택은 결국 더 깊은 어둠으로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같이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스튜디오로부터 끊임없이 해고 위협을 받았지만,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의 캐스팅을 끝까지 고집했고, 결국 그 선택은 영화사를 바꾸게 된다.
말론 브란도의 볼록한 턱은 실제로 입 안에 휴지 뭉치를 넣고 연기한 것이 시초가 되어, 훗날 의치로 만들어 사용하게 됐다. 이 입 모양은 훗날 마피아 이미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면 디즈니의 주토피아의 미스터 빅을 떠올려보자.


스크린으로 대부를 본 건 단순히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것이 아니라 명작이 왜 명작인지를, 극장이 주는 영화적인 압도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귀차니즘을 이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