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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2024)

욕망의 둥지는 종교인에게도 있습니다만..

by 원일



종교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를 보게 되면, 항상 한 번쯤은 “이걸 내가 써도 되나”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나는 모태신앙의 기독교인이라, 솔직히 말하면 가톨릭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성당의 구조라든지, 교황청의 권위 체계라든지, 콘클라베(추기경들이 새 교황을 뽑는 선거) 자체가 어떤 구도와 율법, 구성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으니 그만큼 어떤 부분은 낯설고, 해석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종교적 디테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몰입하기 충분할 만큼 긴장감이 대단했다.
생각보다 정말, 굉장히 팽팽한 긴장감이 두 시간 내내 흘러서 꽤 놀랐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가 배경인데, 실존하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그리고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투표 절차. 흰 연기와 검은 연기, 비밀 유지, 침묵 등 이런 것들이 실제 콘클라베의 핵심이라고 한다.



영화속의 콘클라베는 서로의 욕망과 갈등이 슬며시 기어나오며 권력, 과거, 도덕, 신념 등

이런 것들이 단단한 벽 안에서 마주 부딪힌다. 카메라가 조용히 인물의 얼굴을 훑고, 음악이 깊은 여백을 채우고, 인물의 말 한 줄이 장면을 휘감는 식이다. 종교영화라기보단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밀도였다. 단순히 정치적 권력 다툼이 아니라, 믿음과 인간성, 권위와 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내면을 꽤 날카롭게 그려냈다. 단순히 추기경들끼리의 정적 구도로만 흘러갈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진실을 가리는 기제, 그리고 신 앞에서의 ‘순수한 선택’이라는 본질적인 질문까지 담고 있었다.

메인 주인공인 랄프 파인즈는 말할 것도 없이 묵직했고, 카메라 무빙과 음향, 그리고 정적인 공간에서 뿜어내는 ‘숨막힘’의 밀도가 아주 좋았다. 신의 선택을 인간이 대리로 결정한다는 설정 자체가 지닌 무거움과 아이러니가 영화 내내 뼈처럼 단단하게 유지된 점도 인상적이었다. 결말에 당도했을땐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음악과 영상미, 캐릭터의 밀도가 단단하게 맞물리며 이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줬다. 음향은 정적 속의 긴장을 잘 살렸고, 카메라 구도나 공간의 질감은 바티칸이라는 배경에 어울리게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인물들 하나하나의 존재감도 크고, 그 인물들 간의 ‘눈빛과 침묵’으로 이어지는 미묘한 파장이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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