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 오빠는 남들 앞에서도 대놓고 언니한테 애정표현하고 난리더라. 오빠도 좀 그러면 안돼?"
내 여자친구는 정말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세상 누가 와도 내가 제일 좋고, 심지어 혹시 내가 크게 다쳐서 일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다고 해도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진심을 담은 눈빛으로 말하던 그녀였다. 언제나 내가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도록 말과 행동을 가려서 하는 사람이었다.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마음이 진심이라고 해도, 사랑을 담아 내뱉은 말이 상대방에겐 부담이나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나를 누군가와 비교한 것은 저 때가 유일했다. 2,0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딱 한 번. 우리 둘 다 친했던 지인이, 결혼할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자리가 끝나고 나오면서 했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 딱 한 번의 말이 헤어진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가슴에 박혀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바로 누군가와 비교하는 말이다. 그것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비교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의 관계 역시 무너지게 만든다.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그리고 비교를 당하는 사람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를 안겨주는 것이 바로 비교하는 말이다. 그리고 비교로 인해 시작된 나쁜 감정은 쉽게 잊혀지지도 않는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 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것 바로 '열등감'이다. 한 번 생긴 열등감은 웬만해서는 극복할 수 없다. 어느 날 나보다 성적이 더 좋은 친한 친구에게 열등감을 느꼈다고 가정해 보자.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공부해서 다음 시험에서 내가 그 친구보다 성적이 잘 나오면 열등감이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아마도 성적 이외에 그 친구가 나보다 더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 또 열등감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 말고 나보다 성적이 잘 나온 다른 친구에게도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그 친구'와 '성적'으로 인해 생겼던 열등감은 자가분열을 하여, '그 친구'의 모든 것에 대해서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나보다 '성적'이 좋은 모든 친구들에 대해서 열등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한 번 자리 잡은 열등감은 무차별적으로 내 마음을 갉아먹는다.
사랑은 상대방이 나의 최선이자, 유일한 존재라는 믿음으로부터 출발한다. 스스로 그렇게 느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렇게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그 사랑은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나는 그저 별 뜻 없이 지나가며 한 비교의 말이, 아주 작은 틈이 되어 상대방의 마음을 조각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헤어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사람과의 관계가 정리되기 전에, 다른 사랑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전 연인의 마음이 가장 극한의 열등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남겨진 사람은, 끊임없이 전 연인의 새로운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세상에 따뜻한 이별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상대방의 마음에 열등감을 남기고 가는 것만큼은 피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손등에 가시가 박혀있으면, 그 위에 아무리 연고를 발라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당신이 찔러놓고 간 '열등감'은, 누군가의 마음에서 뽑히지 않는 가시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랑하고 있을 때에도, 헤어질 때에도, 상대방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어느 날 당신 여자친구가 TV를 보다가 잠깐 정신을 놓고, "오빠, 오빠는 내가 더 예뻐, 송혜교가 더 예뻐?"라고 묻는다면, 그건 진짜 누가 더 예쁜지가 궁금한게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단 1초도 망설이지 말고 대답할 것. "너가 더 예쁘지."
그리고 덧붙일 것.
"근데 자기야. 나는 비교하는 것도 싫고, 비교당하는 것도 싫어.
나한테는 너가 최고야. 그것만은 믿고 누구랑도 비교하지마. 알았지?"
(물론 나도 확인하고 싶다. "자기야, 내가 더 멋있어, 송중기가 더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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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