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깨어, 다시 일상의 아침으로.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그다음 날 한국으로 귀국했다.
우리는 독일과 한국으로 떨어져 연애를 했고, 한 달 뒤에 헤어졌다.
처음엔 다른 모든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하루에 수 백통의 카톡과 사진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일상을 나누었다.
그러다 또 모든 연인들처럼 별 것도 아닌 문제로 싸우기도 했고, 다시 화해하고 "사랑한다, 보고 싶다" 문자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부분의 연인들처럼 싸웠다, 화해했다를 반복하진 못했다.
우리가 두 번째로 크게 싸우던 날, 결국 이별을 택했다.
헤어진 이유. 그런 걸 찾자면 아마도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시간, 그리고 공간.
7시간의 시차로 인해서 그녀와 내가 실질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녀가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 나는 새 직장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내가 버거운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그녀에게는 오롯이 공부해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그녀의 오후 5시 정도였다.
내가 먼저 잠들어버린 후, 남은 저녁 시간은 오롯이 그녀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내가 자느라 답장을 못해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녀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 홀로 수십 통의 카톡을 보냈다.
처음엔 괜찮았지만 그게 매일매일 반복되면서 행복에 가득했던 카톡들은 그리움과 애달픔으로 변해갔고, 결국엔 짜증과 불평불만으로 변해갔다.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도 수고했어. 잘 자."라는 말을 들을 수 없는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일상의 버거움에 힘이 들고 지칠 때, 혹은 서로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있을 때,
마주 앉아 얼굴을 보고,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고, 손을 잡고, 꽉 안아줄 수 없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만약 우리가 조금 다퉜다고 하더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금방 화해하고 풀고,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말과 말이 더해지고, 카톡으로 상처가 되는 문자만 오고 가니
서로의 감정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그녀가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기까지는 앞으로도 2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 긴 시간을, 이 공간의 분리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사진을 본 순간부터 시작됐던 마법 같은 시간들은 이렇게 끝이 났다.
나는 단꿈에서 깨어
매일 아침 눈을 떠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
단 한 통의 새로운 메시지도 와있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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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