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국 총판을 희망하는 한 회사가 느닷없이 브랜드를 리뉴얼해 달라는 다소 신박한(?) 제안을 해왔습니다. 사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총판과의 거래를 꼭 해야 하는 복잡한 사정이 있기에 사업 본부에서는 그 리뉴얼 요청을 수락하였고, 관련 부서에서 브랜드 리뉴얼 기획안을 저희 팀에 보내왔습니다.
리뉴얼 기획안 위, 어디서 본듯한 단어와 이미지들의 향연, 그런데아무리 봐도 뭐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이 빠졌는지 파악하는 것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소비재든, 중간재든 무엇이 되었든지, 리뉴얼 기획안이든, 신제품 기획안이든 무엇이 되었던지 출발점은 한결같이 같습니다. 바로 고객과 시장입니다. 방금 우리가 받은 리뉴얼 기획안은 고객과 시장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었던 것입니다. 이 브랜드가 시장의 어느 곳에서 나는 소리에 기인해 탄생하게 되었고, 그 고객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주어, 그분들을 행복하게 할지에 대한 내용은 싹 다 빠져 있었고, 우리가 잘 만드는 제품, 우리의 강점만 자랑하고 있었던 리뉴얼 기획안이었습니다.
시장의 목소리와 고객의 니즈에 기인하지 않은 제품은 제값을 받고 팔 수 없으며, 영업 사원을 힘들게 하고, 악성 재고가 되어 쌓임과 동시에 할인해서 팔아야 하기에 영업이익률을 갉아먹습니다.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한글로 표기하면 중두 글자가 '마케(켓)', 즉 시장입니다. 시장의 요구가 없었던 혹은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제품은 마케팅을 어렵게하면서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쏟게 만듭니다. 비로소 시장과 고객에 기반한 제품이어야 진정성 있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기도 합니다. 해당 제품이 필요한 고객분들이 있어야 그분들을 타게팅해서 그분들이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적절한 홍보, 마케팅 기획을 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분들은 특히나현지 시장 조사 및 문화, 기후, 특성에 대해 명확하게 알아야, 그 국가 및 지역에 맞는 브랜드 및 제품을 도구 삼아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 진출을 하려면, 비교적 브랜드 및SKU가 많아야, 유리한데, 다양한 브랜드 및 SKU 중 해당 특정 국가 및 지역에 맞는 브랜드 및 SKU를 선정하게 되면, 보다 효과적인 해외 진출 활동을 진행하며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귀중한 회의 시간에 저 리뉴얼 기획안에 고객이 빠져있고, 시장이 빠져있고, 등등 쓴소리를 시전 해서, 회의 시간이 지연되어, 점심을 늦게 드시게 된 제 동료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렇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직성이 풀려서요. 다음부터는 해당 관계자들께만 면대면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