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간이 고등학교 교과목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초등학교 때, 수요와 공급이라는 내용을 사회라는 과목에서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그 어린 나이에 느꼈을 때, 경제 관련 내용은 초등학생, 어린이가 배우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수와 수학에서 함수를 배워서인지, 그래프에는 응당 숫자와 문자 (x, y) 들이 등장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졌고, 그래서인지, 사회 시간에 등장하는 경제 관련 그래프들은 숫자가 아닌 말로 설명을 하고,설명을 들어야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과목들과는 달리, 무언가 실생활에 가까운듯하게, 뉴스나 신문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었기에 경제를열심히 배워보고자, 국어, 영어, 수학이 아닌 과목이었지만, 시간을 좀 더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생활경제'라는 교과목이 있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사회탐구 영역 중에, 세계사, 세계지리, 경제, 사회문화, 그리고 한 과목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이들 과목 중 한 과목을 수능 시험을 보기 위해 선택해야 했습니다. 저는 세계사를 선택했었고, 재수 시절에는 사회문화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배워야 하고, 알고 싶었던 과목보다 제가 잘할 수 있고, 점수를 잘 얻을 수 있었던 과목을 택함으로써 '경제' 과목을 배신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국제통상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다시 경제와 경제학개론 수업을 들으며, 인연을 이어 갔습니다. 그 두꺼운 맨큐의 경제학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다 잊었지만, 당시에는 열심히 그래프도 그리고, 스터디 모임도 하면서 재미를 붙여봤습니다. 어렸을 때 배웠던 개념들이 있어서인지 친숙하게 경제학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래서 어렸을 때 '선행' 학습이 중요하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제품 가격을 고민할 때, 이렇게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왔던 경제학의 기본 개념들을 떠올리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억하고 있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많이 팔고 싶으면, 싸게 팔아라." 같은 진실입니다. 말은 쉽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것은, 얼마만큼 '적당히' 싸게 파느냐, 얼마만큼 '적당히' 많이 파느냐. 였습니다. 수요와 공급 곡선의 그 '적당히'를 즉 두 곡선이 만나는 가격이라는 점, 그것을 찍기에 적당한 지점이 어디인가 하는 정답은 애석하게도.제가 배워왔던 교과서와, 어린 시절 기억의 교실 속에서는 없었습니다.
같이 숫자를 다루는 학문인 수학에는 정답이 있지만, 경제학에는 명확하게 떨어지는 정답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의 적합한 가격이 얼마인지, 시작하기 직전까지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도, 배운 것들이 있기에, 조금 더 깊이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어서, 문득 감사함을 느낍니다. 특히 결국에 '밥 벌어먹을 수 있는' 직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더욱 경제학을 배운 보람을 느껴봅니다.
결국, 프로모션 세일 가격을 정했습니다.많이 팔기 위해지난번보다할인율을 높이고, 조금 더 프로모션 기간을 늘려 잡아봅니다. 가격을 맞추고, 그 프로모션 기간 동안 늘렸으니 분명히 많이 팔릴 것... 아니 많이 팔리기를 바라봅니다. 앞 서 이야기한 것처럼, 실생활 '경제'는 교과서 속 '경제' 와는 다릅니다. 가격을 현실화(?)하고,프로모션 기간이 길다 해도, 잘 팔릴 수 없는 요인들은도처에무궁무진합니다. 교실 밖은, 이렇게 잔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