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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Feb 22. 2020

집찰(集札)


승강장엔 식어가는 철로만이 기다리고

대해를 그린 눈 앞엔 썰물의 땅이 나를 반기네

그 마저도 얼어붙어 고개를 내미는 이가 없으니

감정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면

저 갯벌의 표면처럼 꺼끌 거리겠지


어딘가로 피신하고자 찾은 곳인데

당신은 무명의 간이역에서조차

역무원의 목소리로 집찰을 요구하네


비우기 위해 왔으니

눈을 감고서라도 지나가야 할 것 같은데


설익은 시간이 억겁의 길이로

천근의 무게로 짓눌러

그 매서운 눈길조차 피할 수가 없네


밀물은 야속히도 퇴로를 끊고

차표마저 분실한 나는

곱디고와 살을 에는 당신의 호령에

해무가 되어 창틀 너머로 나부끼네


한 겨울 망망대해에 파종되어

모이가 되지 못하고

발아하지 못하고


<집찰集札>, 이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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