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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Aug 28. 2021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박정현

- 8월 4주차 마사지 발췌

마사지 삼인조가 읽었던 글 중 구미가 당긴 단락을 공유합니다.

역시 정수는 요약이 아닌 원본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견이라는 이름의 양념을 칠 뿐입니다.




0. 서울시립대 박정현 교수박사 학위 논문을 손봐 발간한 책입니다. 박 교수는 해방 이후 20세기 한국의 건축을 당시의 시대상과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풀어냅니다.



1. 시대와 건축을 엮은 이야기들은 흥미를 돋우기엔 충분하지만,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건축을 매개로 했을 뿐 해방 후 근현대사를 훑는 방대한 이야기 때문에 중간중간 책을 덮고 인터넷을 켜야 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다양한 이야기 중 저를 멈춰서게 한 대목들이 있습니다.



2. 현재에도 발행 중인 월간 <공간>이라는 잡지를 아시나요? 지금은 <Space> 라는 영문명으로 변경된 월간 건축 전문지인데요. 이 잡지가 시작된 건 1966년입니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으로 사진을 전면에 배치하고 글을 줄여 시각적인 경험을 제공한 잡지라고 하는데요. 이전의 잡지는 여러 글이 엮인 일종의 단행본의 형태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건축뿐만 아니라, 한국 잡지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 잡지이지 않을까 싶어요.



삼일빌딩  |  63빌딩 이전 가장 높았던 빌딩



3. 군부 정권 시절 발간된 이 잡지의 발행인은 군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 육사 출신 석정선이었습니다. 이 잡지의 발행 주소 또한 국유 기업인 기술개발공사의 사무실 주소와 일치했다고 해요. 정권의 홍보를 위해 발행하기 시작한 잡지가 한국 건축 잡지의 혁신적인 역할을 한 거죠. 보여주기만을 위해 전면에 사진을 내건 건 아닐 테지만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4. 멈춰서게 만든 또 다른 대목은 1988년 서울 올림픽입니다. 이 또한 군부 정권의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벤트죠. 동시에 서울이 빠르게 현대화되도록 만들어준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서울 올림픽의 주 무대잠실입니다. 이때부터 강남의 개발이 시작되었고 올림픽에 맞춘 도시 계획이 수립됐습니다.



1988 서울 올림픽  |  한국 도시 계획에도 큰 이벤트였던



5. 김포공항에서부터 잠실까지의 길이 우리가 아는 올림픽대로입니다. 그리고 이 경로에 마포지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홍대에서 합정까지 유달리 길가에만 고층 빌딩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일까요?



6. 시대의 변화와 그 안의 건축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였는가, 사실 좀 어려운 주제의 책인 건 사실이지만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근현대사의 서사가 완성되는 느낌을 많이 받은 책입니다. 책에 소개된 굵직한 사건과 건물들은 여전히 서울에 많이 남아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그것들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원래도 좋아하는 도시인 서울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독서였습니다.



박정현,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발전국가 시기 한국 현대 건축>, 워크룸프레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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