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어야 했어 거기서 그냥
여행을 하고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으례 물어.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대답하기 어렵겠지 생각하겠지만. 노노. 절대 아냐. 내 대답은 하나거든.
자칭 타칭 나는 하와이 빠순이야. 정말. 정말 하와이를 좋아하거든. 바다 한 가운데 솟은 하와이를 생각만 해도 설레어 죽을 것만 같으니까 말 다했지 뭐. 하와이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Some where over the rainbow"가 어디선가 흘러나오고 LAVA의 뮤직비디오가 눈 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야.
망망대해 그 중에 솟은 다섯개의 섬, 에메랄드 빛 바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 세상 모든 곳과 동 떨어진 곳. 어디로 가든 너무나 아름다워서, 여기서 자란 사람들을 샘내게 될 만큼 아름 다운 곳. 그게 하와이 거든.
물을 무서워하는 울 엄마는 '하와이는 바다 밖에 없는데 뭐, 난 별로다' 그러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하와이에는 우거진 숲이나 작은 폭포들도 많아. 섬을 따라 고운 백사장이 펼쳐진 곳에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지. 보고 또 봐도 놀랄만큼의 아름다움이 펼쳐진 곳. 그게 나를 늘 설레게 만드는 하와이야.
처음에 카일루아 비치에 가서 그랬어. "이건 말도 안 돼"
서핑을 가는 날의 하루는 이래. 와이키키 비치 위에 파라솔을 꽂아 놓고 대충 차려놓은 서핑샵에서 서핑보드를 빌려. (서핑샵 아저씨랑 조금씩 친해지는 것도 재미져. 내가 보드를 빌려가서 몇시간이고 타고 돌아와도 눈 찡긋하고 보내주거든)
리쉬를 발 목에 묶고, 내 몸 보다 긴 롱보드를 휘익 돌려 빼내서 코 부분을 팔짱 끼듯 오른쪽 팔에 끼고, 사르륵사르륵 밟히는 모래를 걸어, 바다로 가는 거야.
파도가 밀려 들어오는 곳의 모래는 젖어서 찹찹하고 단단해. 단단한 모래를 밟고 바다에 들어가면 생각보단 따듯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바닷물이 느껴져. 서핑보드를 물에 띄워 놓고, 왁스를 꼼꼼히 바르고, 얼굴을 들어 (햇빛에 눈을 살짝 찡그리고) 서핑 포인트를 확인하는 거지. 보드를 한번 뒤집어 적시거나, 보드 위에 바닷물을 몇 차례 끼얹고는, 살짝 뛰어올라서 보드에 올라타. 살짝 앞으로 밀면서 엎드려 올라타는게 포인트야. 잘타는 서퍼들 쳐다보니 그렇게 하더라구.
응. 행복해 질 준비 완료.
나는 보드에 쪼르르 붙어서 몸이 제 위치에 누워 있는지 확인하고, 손을 발목으로 뻗어 리쉬가 바깥으로 향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패들링을 해. 거북이가 그러듯 바닷 동물이 되어 나 스스로 헤엄치는 거야. 물결이 사나운 날에는 잔파도가 보드를 때리는 소리가 나는데 나는 그 것 마저 좋아.
서핑포인트로 가는 순간은 행복 그 자체야. 순수한 행복. 세상의 어느 것도 짊어지고 있지 않아. 나와 아름다운 바다, 파도만이 존재하는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지고 나만 남아. 사랑하는 사람들도 감사한 사람들도 걱정해야하는 거리도 모두 사라져. 나는 항상 날고 싶었는데, 어쩌면 이런 기분일 지도 모르겠어. 혼자만 남은 나는 한없이 가벼워.
좋아하는 비키니, 좋아하는 목걸이, 롱보드 이게 내 몸에 걸친 전부야. 와이키키에서 초보 서퍼들을 태우며 낡을 대로 낡은 보드 하나면 충분해.
하와이로 오랜만에 다시 돌아간 순간에 보드를 올라타고 혼잣말을 내 뱉았어.
"와씨"
"장난 아니네"
"하와이네. 나 서핑하러간다. 이러려고 왔지. 어쩜 좋나. 진짜 좋다" 하고
바다에 누워 내 맘 대로 항해하는 내 눈에 보이는 건, 오른 쪽엔 조금 가려진 다이아몬드 헤드 (좀 더 패들링해서 먼바다로 나가면 곧 다 보일거야), 팔에 닿는 건 에메랄드 바다, 하와이의 햇살, 눈 뜨기 조차 힘들만큼 반짝이는 수면, 파도의 하얀 거품, 즐거운 모습의 서퍼들.
박작박작한 와이키키 해변을 등지고 나는 나의 천국으로 가는 거야. 파도를 얼마나 잡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냐. 보드 위에 올라 탄 순간부터 나는 행복하니까.
좋지 않아? 모든 사람이 서핑을 하면서 나만큼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 어떤 사람은 산을 오르면서, 또 누구는 바느질을 하면서 느낄 거야. 누구나 하나쯤 몰입해서 순수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썸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너를 이만큼 설레게 하는 건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