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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Oct 10. 2016

하느님한테 따지고 싶었어

왜 하와이를 만드셨나요?



그토록 염원하던 여행을 다녀왔는데 나는 어쩐지 신나지 않았어.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지. 내가 두려워 했던 한국 사회에 나를 끼워 맞추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원하는 곳으로 달려나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나 스스로 거부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고 말이야.


내 속에서 하는 이야기를 조금 더 찬찬히 들여다 보려고해.


사람들이 말해. 대단하다. 잘 떠났다 왔어. 그 때 떠났다가 지금 돌아온 게 똑똑한 선택이었어. 잘 한거야. 지금 떠나긴 조금 늦었지. 좋은 나이야. 뭐든 시작할 수 있는. 


하지만 나는 이 때 나가서 서른 전에 돌아오면 되겠다. 하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어. 그렇게 까지 생각하진 못했지. 왜냐면 하루하루 여행이 너무 하고 싶어서 힘들었으니까. 떠나고 싶어 시름시름 병들어 앓느니 나가서 쫄쫄 굶는게 행복 할 것 같았거든. 


어릴 적에 읽은 책에서 그랬어. '먼 곳에의 그리움' 내 피에는 그런 게 흐를지도 몰라. 가보지 않은 곳, 낯선 사람들, 그 곳이 당연한 사람들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내가 원하는 한가지 였으니까. 한국 밖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가질 수 없어서 힘들어 했어. 


그래서 떠났어.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야.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응. 나는 내 꿈을 이뤘어.

내가 아주 작은 아이이던 시절 부터 꿈꿔왔던 긴긴 여행을 떠난 거야. 

대견하다. 고맙다. 잘했다. 스스로 도닥여주는 것부터 먼저 하려구.






거창하게 세계여행을 떠나겠다 출발했지만 내가 간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나라로 꼽자면 5개국이 전부야. 23개월 동안 5개국을 지그재그 그리듯 가고 또 갔어. 


지구가 크다는 건 좋은 거야. 난 지구 정복을 하고 싶은 맘이 없거든. 아무리 여행을 떠나도, 또 새로운 곳이 남아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몰라. 아껴 먹지 않아도 돼. 뭉텅뭉텅 베어 물어도, 오래오래 곱씹어도 먹을 거리가 천지에 널려있는 것 같이. 배우는 걸 즐기는 사람들은 말해. 배워도 배워도 배울 것이 남아있어 절망스럽지만 그게 행복이라고. 난 그 두가지가 똑같은 마음이라고 봐.


왜 내가 다섯 나라 밖에 가지 못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말이야. 


하와이에 갔거든. 그 탓이었어. 다른 곳에 먼저 갔더라면 하와이를 찾을 때까지 방황했을 거야. 남미도 가고 아프리카도 가고 유럽도 갔을 테지. 나의 하와이를 찾기 위해서.


그런데 에라? 나는 여행 한달 만에 하와이에 가고 말았네. 거기서 찾고 말았네. 내가 꿈꾸던 세상을. 거기에 모든 것이 다 있어서 다른 곳을 여행할 이유가 없었어. 


나는 하와이에 정말 빠지고 말았어.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반짝이는 와이키키의 바닷물에 홀랑 내 마음을 다 줘버리고 말았던 거야. 내 중력은 하와이에 있는 듯 자꾸만 돌아갔어. 



내 인생은 하와이로 인해 두가지로 나뉘었어. 하와이가 있던 시기, 하와이가 없던 시기.

나란 사람은 둘 중 하나야. 하와이에 있는 나 혹은 하와이를 그리워 하는 나. 







이건 하와이를 그리워하던 시절의 내 이야기야. 

캐나다의 알버타라는 곳은 정말 추워. 대신 로키산맥이 있고 레이크 루이스가 있어서 예쁘기도 해. 하지만 겨울이면 마이너스 40도로 내려가는 혹독한 곳이야. 그 곳에서는 9월 부터 눈이 흩날리기 시작하고 10월 부턴 본격적으로 눈이 내렸어. 처음엔 창 밖을 보며 감탄했어. '예쁘다. 하얀 눈이 세상을 다 덮었네.' 감탄하며 가족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어. 세상에 이런 곳도 있네요. 하고서


근데 그 날 밤에 나는 꿈을 꿨어. 하와이로 돌아가는 꿈이었지. 쨍쨍하고 선명하게 반짝이는 햇살 덕에 가벼운 티 쪼가리에 플리플랍을 신고 바다로 향하는 꿈이었어. 새가 지저귀는 반얀트리를 지나고 저 멀리에 와이키키가 있을 테였지. 그리곤 꿈에서 깼어. 얼떨떨했어. 자다가 얻어 맞은 느낌이었지. 잔인했어. 나쁜 꿈과 좋은 꿈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언제건 나쁜 꿈을 선택할 거야.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이 감사하게 느껴지니까. 


반대의 꿈이었어. 정 반대의. 그리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그 꿈을 또 꿨어. 다음날에. 그리고 또 다음날에. 제일 중요한 걸 남겨두고 잠에서 깨는 거야. 바닷가에 분명 다 다랐는데 바다를 보기 전에 난 깨어버려. 절망적이었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모든 걸 뒤로 한 채 떠나왔는데 내가 왜 여기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하와이 티켓을 사서 곧장 하와이로 날아갔어.


어땠냐고? 실망하진 않았냐고?

아니. 난 아마 죽을 때까지 하와이에 실망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 거긴 진짜 내가 꿈꾸던 곳이거든. 


다시 돌아간 하와이는 훨씬 더 좋았어. 우습게도 그렇게 그리워 했던 시간들 때문에 하와이에서의 시간이 모두 소중했어. 슬로바키아에서 온 루시와 친구가 되고, 한국인 준과 친구가 됐어. 똘끼가 충만한 루시랑 나랑은 나무를 타고 놀았어. 하와이에 많은 반얀트리는 가지에서 뿌리가 땅을 향해 내려가는 독특한 나무야. (다 자라고 난 뒤에 뿌리를 내리려는 게 나랑 닮았네!) 그리고 엄청 커. 우리를 충분히 받쳐 줄 만큼. 우리는 해가지기 전에 일찌감치 바다에 나가서 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어. 새소리를 들으면서 태양을 배웅하려고. 



루시와 나. 똘끼가 잘 맞는 짝짝꿍이었어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싶어.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는 나라를 선택하지 않잖아. 그 탓에 하느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어. 왜 내게 이렇게 완벽한 곳을 만들어 놓고 내가 살수 없게 하는 거지? 이런 심보가 어디있냐고 따지고 싶었어. 


지금도 가끔 그래. 하와이 생각이 나. 거기엔 말도 안되게 예쁜 세상이 펼쳐져 있는데 왜 나는 여기에 있는 걸까. 아직은 찾고 있어. 나의 세계에 가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아니면 어때. 나는 내가 어디에 가야 행복할 지 아는 걸. 그 곳에 가면 무조건 행복하다고, 그거 하나는 알고 있는 거잖아. 너의 하와이는 어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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