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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Jan 06. 2017

서른이 하루 남았어요.

아니 근데 내가 사춘기라니

내일이면 서른이다. 

빠른 년 생이라며 우겨왔던 1년의 유예기간도 오늘 자정이면 끝이 난다. 


지금 나는 바로 눈 앞에 펼쳐진 바다와 설산, 핑크빛 하늘에 감탄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비행표를 사서 밴쿠버에 날아 왔거든. 

그 때문에 오늘이 내 생일인 한국에서 엄마는 화가 많이 나셨지.


나는 지금에서야 방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검은 터널을 터벅터벅 걷는 느낌이랄까. 뛸 힘도 없고 빛도 안보이고. 


사춘기라는거 - 차라리 어릴 때 겪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 생각한대도 달리 방법이 있는 건 아니라서. 

그 때보다 나는 어쩌면 도망치는 법을 잘 아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무작정 표를 사서 먼 곳으로 날아와 버린 건지도. 


낯선 환경이 주는 설레임으로부터 내가 맞서야 하는 질문에서 도망쳐 온 건지. 

아니면 넓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피신해 온 건지. 모르겠어. 





어릴 땐. 서른이 되고 싶었어.

친구들 다 어른 되기 싫다 그랬을 때 나는 서른이 참으로 멋지게만 보였거든. 

푸릇푸릇한 이십대를 넘어선 농염함이나 프로페셔널함, 멋있게 돈쓰는 방법 같은 걸 갖췄을 줄 알았어.

IOS 업데이트 하듯, 서른이 되면 업데이트 패치 알람이 뜰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나봐.



"삡삐-" 

업데이트 알람 [섹시함 +30 / 재력 +30 / 능력+30] 

옆으로 밀어 다운받기 



그런데 서른을 하루 남겨둔 나는

통장 잔고가 간당간당 해진 탓에 마음의 여유공간이 좁아 터지고 있고

돈은 없는데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정말 하고 싶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늦은 건 아닐까? 다리 사이를 이리 저리 널뛰며 반복하는 중


늘 하고 싶은 일이 있었거든. 그것도 아주 강하게. 숨도 못 쉴만큼.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근데 이상하지. 서른 쯤 되고 나니까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이 꼭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며 돌아서게 되더라.


내 마음을 뛰게하는 일들을 따르고 나면. 내가 누군지 조금은 알게 될 줄 알았는데 

알기는 커녕. 서른 먹고 사춘기라니.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라니.


인생, 진짜 이러기야?



농염해지고 

프로페셔널한데다 

멋있게 돈 쓰는 방법 같은거 다 갖추고 오늘을 돌이켜 봐야지.

그리고 그 시간들 덕에 내가 있었어. 하고 도닥여줘야지.


그날까지 서른 굿수진 화이팅이야.

서른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2014년 1월 6일

두 달만 더 있으면 세계여행 경비를 다 모은다. 아싸뵹


2015년 1월 6일

세상에 생일에 하와이라니. 마우이라니. 레이 목걸이라니. 엉엉엉. 이것이 행복인가 하노라.


2016년 1월 6일

아름다운 빅토리아. 낯선 땅에서 땀흘려 버는 돈.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


2017년 1월 5일

대책없이 밴쿠버. 하아.. 사춘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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