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런저런 이야기

나 홀로 집에 케빈이 이해가 된다.

by goodthings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뭔가 미묘한 느낌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개운함이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우지 못해서, 예전부터 계획을 하고 잠시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5일 날 출국 예정이었고 14일 아침에 다시 이곳 브리즈번에 도착하여서 식당을 운영하니

금요일, 토요일 장사는 놓치지 말자는 계획으로 준비를 하였습니다.

5일 오전 11시 10분에 떠나는 비행기인데, 삶에서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일이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8시 반에 일어났다가 잠시 눈을 감으니 9시 40분이었어요.

부리나케 준비하고 집에서 떠나서 아내가 운전해 줘서 공항에 도착하니 10시 20분...

급하게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서 뛰어 들어갔는데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항공사 직원한테 체크인을 한다고 하니까,

Why you are late? 그러면서 이제 비행기 10분 안에 이륙할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

You can't make in 10 min. 그래서 저는 I can. I can run.

그래도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그냥 주저앉았습니다.

이거 뭐 "나 홀로 집에" 케빈도 아니고 이런 영화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저 스스로 너무 한심해 보였습니다.

목요일 8월 7일에 비행기가 있는데 그걸로 해줄까 하고 묻길래, 8월 7일에 한국시간 아침 8시에

종합검진이 예약되어 있다고 몇 번이고 이야기를 하니.

그럼 너 8월 6일 내일 , 시드니까지 가서 시드니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것 탈래. 하고 물어보길래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고서 다시 예약을 하였습니다.

서문에 이야기 한대로 냉탕에서 온탕으로 오는 그런 안도감이 저에게 찾아오더군요.

비행기를 놓쳤을 때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가, 다행히 내일 가는 비행기가 시드니를 거쳐서 가는 불편함은 있더라도 다행히 자리가 있다고 하니까 얼어붙은 몸이 서서히 녹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문제가 종합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하기 전에 약을 먹어서 속을 비워야 하는데 저는 8월 6일 인천공항에 오후 8시쯤 도착해서 부모님 댁 대전에 도착하면 아무리

빨라도 12시 가까이 되어서, 약을 수령할 수도 없고 그래서 병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본인 아니면 약을 수령하시 못한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 연기를 해달라고 하니까 예약이 꽉 차서 안된다는 거예요.

순간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들 더 군요.

몇 차례 이야기를 하고서 부탁을 했더니, 상담해 주신 분이 그럼 대장내시경, 위내시경 약을 검사 당일 4시간 전에 먹는 것이 있다면서 그것을 대전에 가족분에게 픽업해 가라고 편의를 봐주셔서 극적으로 종합검진을 할 수 있었습니다.

8월 6일에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조금 눈을 붙인 후에 , 검사 당일 아침 4시 조금 안 돼서 일어나 내시경약을 1시간 동안 복용방법대로 따라 하니 화장실을 서너 시간 동안 수차례 다녀온 것 같습니다.

다행히 종합검진을 잘 마치고 , 의사 선생님 권고대로 용종도 떼어내고 검진결과를 이야기 들었습니다.


"환자분!"

"네."

"평소에 많이 피곤하지 않으셨어요? "

"뭐 때문에 말씀하신 것이 신지요?"

"갑상선에 혹이 1.5센티 크기가 발견이 됐어요. 모양이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그런데 조직검사 하고 그러시려면 21일이나 되어서 오셔야 돼요."

"저는 14일이면 출국하는데 , 혹시 영문으로 검진내용을 발급받을 수 있을까요."

"네. 더 물어보실 말씀은. 참 담낭 쪽에서 뭔가 보이는데 3mm 이하라서 일단은 지켜보고 내년에 다시 한번 검진받으셔야 할 것 같다는 소견 말씀 드립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검사 결과를 영문으로 받고 , 진료금액이 얼마냐고 물으니 구독자 분들 놀라지 마세요.

저는 한국국적이 말소된 상태라서 120만 원 가까이 나왔습니다.

Screenshot_20250817_145452_Gallery.jpg (위에 비용과 별개로 수액 4만 원, 영문발급 진단서 2만 원이 더 나왔습니다.)

용종은 하나 떼어내는데 30만 원 총 두 개 떼어서 60만 원, 검진 비용 53만 원, 영문 발급 추가 2만 원, 회복수액 4만 원...

그래도 나이 54! 적지 않은 나이에 제 몸속을 알아 놓으니까 마음은 편해졌습니다.

여동생과 어머니가 동행을 해주었는데, "아무 이유 없이 피곤한데도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차에 올라탔습니다.

이제 다음 주에 이곳 브리즈번에 한국인 GP분을 만나 뵙고서 조직검사가 가능한가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 모두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런저런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