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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그래도 최소한 사람이라면 양심은

by goodthings

오늘 2025년 8월 18일!

핸드폰 구글캘린더에서 오늘의 일정에 대한 알림이 울렸습니다.

어제 글에서 적은 대로 한국에서 못한 갑상선 부위에 조직검사를 위해서 GP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 호주는 치과나 안과를 제외하고는 먼저 GP(가정의학과 의사 선생님)를 각자의 담당의사로 정해놓고 필요에 따라서 예약하고 병원에 방문합니다.

처방전도 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검사, X Ray, MRI 때로는 전문의를 만나야 된다는 소견서 같은 것 모든 것을 주치의(담당의)의 관할입니다.

나중에 결과도 GP를 통하여 듣습니다.

담당의사 선생님의 뵙고 소견서 받은 것을 들고서 급하게 Queensland Xray라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언제 갑상선 조직검사가 가능하냐고 물으니 이곳에서 가장 빠른 날짜가 9월 15일이라네요.

그것도 lucky 한 것이라고 하면서요.

한국에서는 다음 주에는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한국이 역시 빠르긴 빠른 것 같습니다.

거기에 갑상선 조직검사만 받는데 추정비용이 784불이라고 적힌 프린트물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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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지. 느리지. 혼자 속알이 하면서 그곳에서 나와서 오늘 가게 영업에 필요한 것들을 사려고 마트에 들렀습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고르고 있는데 제눈에 어떤 상황이 들어온 거예요.

젊은 호주 친구인데 그릭요거트 작은 것을 한 개만 가져 가려한 것 같은데 담겨 있는 종이 박스를 너무 세게 당겨서 선반 아래로 우당탕 소리와 함께 몇 개 더 떨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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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생각했어요.

"설마 주워서 올려놓겠지."

하지만 제가 한국에 다녀온 지 체 이틀밖에 안 돼서 들었던 문화 착각이었나 봅니다.

그냥 지나치는 거예요.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 워낙 거친 사람들도 많기에 그냥 지나치면서 딸이 필요한 그릭요거트 1리터짜리를 집어 들고서 장바구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서 다른 진열대로 향하는데

그 젊은 친구가 저를 쳐다보길래 저도 같이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더니 저에게 와서 "What, What..." 하면서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I didn't say anything."이라고 말하면서 그 자리를 피해서 필요한 물건을 더 고르고 계산하고 나왔습니다.

집으로 운전하고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있었다면 , 같이 으름장을 놓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찌 보면 사람이 나이가 먹을수록 순해진다는 것,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젊은 혈기 때 참지 못함을 나이 들어서는 참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사한 것 같습니다.

나이 먹어서도 나 때는 이랬어. 이야기하면서 자기주장만 맞다고 우기고, 분노를 참지 못하는 그런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데"라고 하는데, 그런 소리를 안 들으려면 " 인내심"은 삶을 필수인 것 같네요.

지나 보니 오늘 참 잘했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오늘 몰상식한 행동을 하고 많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그 젊은 친구를 보고,

세상에 눈도 많은데...


공공의 적이 "강철중" 였다면 한마디 했을 텐데요.

최소한 사람은 "공중도덕"은 지키며 살아야 한다. 형 말 안 듣고 그랬다 맞은 놈이 연병장 두 바퀴다.

뒷통수 때리면서 "착하게 살아라. 빨리 주워라. 그리고 거기 서있는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

라고 해라. 빨리"


이렇게 이야기했겠죠.


도움은 못돼도 피해는 주지 않는 시민의식을 모두 가지게 되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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