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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Wave Jun 01. 2021

(80년대생 성장기)내 옆자리 대리, 과장들의 유년기

안물 안궁!! 요즘 20대는 모르는 '중고 요즘것들'의 성장 Story

수용성 높은 스펀지(Sponge) 세대


지금의 과장, (선임)대리 세대는 새로운 환경변화 잘 받아들이고 흡수한다. 국민학교와 초등학교를 동시에 겪었던 우리는, 사실 인터넷 이전 아날로그 성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이다. PC보급이 대중적이지 않았던 1990년대 초중반,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집 밖에서 즐기는 단체활동에 익숙했다. 지금 10대들은 “으이구 PC방 안 가고 뭐했냐!”라고 하겠지만 당시에는 PC방이라는 개념 자체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이야 초도 휴대폰 하나씩은 다 옆구리에 차고 있지만, 통신기기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 우리에게 흥미 있는 건 학교 안과 밖에서 친구들과 몸으로 하는 게임이었다. ‘집놀이’, ‘딱지치기’, ‘BB탄’,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등등.. 

지금과 다르게 혼자서 놀만한 거리가 부족했던 어린 시절, 우리는 자연스럽게 규칙과 Rule에 따른 조직 활동과 생활을 나름 일찍부터 깨우친 셈이다.


아날로그시대는 급격하게 디지털시대로 대체되었다. 80년대생은 아날로그의 마지막 세대임과 동시에 디지털이 일상화된 첫 번째 세대라고도 볼 수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각 가정에 급속도로 확산된 PC통신(기억나시나?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은 놀이터에 있던 우리를 컴퓨터 앞으로 속히 잡아끌었다. 흙만 만지던 우리는 채팅과 머드게임에 푸욱 빠져 정신을 못 차렸고, 통신료 고지서를 확인한 어머니께 ‘등짝 스매싱’을 연타로 경험한 환자 속출했다. 그리고 1998년 한줄기 빛처럼 강림한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1]을 비롯한 각종 게임들의 등장 운동장과 의리를 지키던  마지막 아이들마저 디지털 세계로 끌어들였다.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게임에 의해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사족을 달면,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 선보일 시점 전국의 PC방은 불과 500여 곳에 불과했으나, 1999년에는 무려 1만 2,000곳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80년대생은 학창 시절 다른 세대는 경험할 수 없었던 아주 새로운 변화를 경험했다. 흙을 만지던 손이 마우스를 만지게 되었다. 시작은 기성세대와 같은 아날로그 환경이었지만, 조금씩 생활환경과 문화가 디지털로 넘어간 것이다.

우리는 PC통신, 각종 게임을 시작으로 야후, 버디버디, 싸이월드 등의 플랫폼을 경험하며 인터넷 1세대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학창 시절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를 모두 흡수한 경험은, 이전 세대와 80년생 세대를 차별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이전 세대와 구분하여 80년생 세대부터 ‘디지털이 일상화된 세대’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삐삐'부터 '스마트폰' 까지


통신수단에 있어서도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금과는 달리 우리는 ‘삐삐’부터 시작된 세대이다. 지금이야 삐삐라 하면 ‘아이유의 삐삐(18년 수록된 명곡)가 연상되지만,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삐삐는 숫자 몇 개 만으로도 청소년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마법의 도구였다. 다들 삐삐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가족과 연인의 메시지를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다(글을 쓰는 나조차 라떼향에 취하고 있다).

이후 1997년부터 지금 스마트폰의 전신격인 PCS폰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급속도로 삐삐 문화는 사라져 갔다. 셀럽들의 전유물이었던 휴대전화의 대중화가 펼쳐지자 중고등학생이던 우리 역시 PCS폰에 열광하였고, 잠시 후 등장한 컬러폰과 16화음 벨소리, 그리고 가로본능은 학창 시절 우리에게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대학생 시절인 2009년 무렵부터는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수입되고 곧이어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출시되며, 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회사에 입사 첫 세대가 되었다.


조금은 (많이)지루하게 배경을 나열하고 있는 이유 단지 우리의 소소한 추억놀이를 하기 위함은 아니다. 입사 전 다양한 경험이 녹아들어 만들어진 지금과장, (선임) 대리들의 본적 특성(?) 조금 설명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학창 시절 자의적, 타의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기기를 접하며 성장한 결과,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쉽게 이전 것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몰입한다.  


조직적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이러한 특성은 80년생이 본능적으로 한국 기업 문화에 녹아들고 순응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한 바가 있어 보인다. 개인차에 따라 다르지만 처음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이들은 꼰대들의 부조리한 행태와 기업의 보수적인 문화에 분노하게 된다. 다른 글에서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며 개인적으로는 회사를 하나의 환경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회사라는 존재가 여전히 이해되지 않고 용납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으면 적당히 묻어두면서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입식 교육! 뭐 그냥 기본적으로 잘 따른다


우리는 대부분 학창 시절 주입식 교육을 경험했다. 누군가 가르쳐 주는 대로 외우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게 너무도 익숙다. 달리 말하면, 그냥 기본적으로 시키면 따른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개념이 강조된 건 그 이후이다. 자기주도학습은 놀랍게도 학습의 통제권이 나에게 있는 학습법으로, 스스로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평가한다. 학습방법에서는 창의성이 강조되고 복수의 답 인정된다고 한다(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분이 있을 수 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대학생 시절 한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중학생(95~97년생)을 대상으로 방학 기간 2주간 합숙을 하며 공부법을 학습시키는 과정이었는데, 프로그램 중간에 충격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 때와 달리 아이들이 토론과 발표에 너무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서술형과 창의적 문제에 대해서도 본인의 생각을 곧 잘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우리에게 주입식 암기 교육은 국민학교 때부터 배워온 유일한 학습방법이었다. 사건의 연도를 외우고 주어진 빈칸에는 정해진 답단답형으로 답해야 했다. 그리고 채점이 끝나면 절대평가에 따라 수우미양가와 전교 석차가 정해졌다. 열린 질문이나 창의성을 요하는 서술형 질문은 우리에게 너무도 낯설고 어색한 형태이다.

닫힌 교육 방식과 학습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쉽게 말해 조직의 Top-down 방식이 어느 정도 익숙하다. 토론이나 Brain-storming과 같은 자율적인 idea 회의를 통해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업무 방식 역시 마냥 편하지는 않다. 그래서 차라리 상사가 시키는 것을 협업이 아닌 혼자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마음 편할 때가 많다(주입식 교육의 한계 상황에서도 우리는 ‘논리야 놀자 시리즈’를 통해 체계적인 사고력은 함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혼자가 편한 우리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 들어와 5060 기성세대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는 ‘요즘 것들은 너무 개인주의적이야’라는 말이었다. 당시 아재들이 말한 개인주의라는 의미는 사원이 3차 회식만 따라가고 4차는 따라가지 않는 류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다른 의미에서 80년생이 이전 세대보다 개인주의적인 것은 사실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63)의 자녀인 우리는 부모님이 맞벌이 직장인인 경우가 많았으며, 출생률이 줄어드는 트렌드 속에 이전 세대에 비해 형제자매의 수가 적다. 지금은 1인 가구가 대세가 되었듯, 당시는 대가족 형태에서 핵가족 형태로 가구 규모가 축소되는 과도기적 상황이었다. 자녀의 수가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우리 세대는 부모님으로부터 과잉보호를 받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혼자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앞에서 얘기했듯 본격적으로 PC가 보급된 이후에는 개인 활동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과 마당에서 뛰어놀던 아날로그 감성을 가지고 있고, 단체생활과 활동에도 익숙한 편이지만,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영 탐탁지 않은 수준이었을 것이다(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선배들은 가정보다 회사가 중심이었 개인은 조직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라왔기 때문에 여간 해선 그들을 만족시킬 방법이 없다) 

세대에게 ‘조직’, ‘함께’라는 단어보다는 ‘개인’, ‘나’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가정의 형태와 학창 시절의 경험 등 세대가 단체보다는 개인을 위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끔 만든 것이다.

이런 특성을 보면 또 요즘 후배들로부터 선배들과 같이 묶이는 것이 좀 억울하기도 하다. 최근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을 보거나 술자리에서 후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슬프게도 우리를 무슨 20, 30년차 선배들과 싸잡아(?) 묶곤 하는데 (소심해서 또 잘 듣고만 있는다), 우리는 사실 선배들보다 후배들과 통하는 면도 많기 때문이다*.


* 이런 특성으로 인해 조직에서는 우리에게 (좋게 말해) '중간자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실상은 양쪽에서 쥐어터지는 일들이지만.. 다음엔 이와 관련된 글도 적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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