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다른 영역을 전체적으로 보완하는, 학생사용설명서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에서 2016년에 <학교생활기록부 정보의 재구조화>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을 평가할 때 학교생활기록부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록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보물같은 보고서입니다. 많은 내용과 풍부한 사례를 담고 있어서 저도 교과세특 관련한 내용으로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해당 글 - [교과세특, 어떻게 적을까?] [동아리활동, 어떻게 적을까?])
이 글은 담임의 추천서 혹은 학생사용설명서 격인 '행동특성및종합의견'의 내용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위 보고서에 제시된 '사례 및 총평'을 바탕으로, 몇 가지 내용을 덧붙여 정리한 것입니다.
일단 '행동특성및종합의견'에 대한 주요 작성 지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생에 대한 일종의 추천서 또는 지도 자료가 되도록 작성한다.
장점과 단점은 누가 기록된 사실에 근거하여 입력하되, 단점을 입력하는 경우에는 변화 가능성을 함께 기재
학생의 인성 관련 내용은 학교별로 정한 핵심 가치, 덕목, 역량 변화 등의 변화 모습을 누가 기록 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입력한다.
그러면 여기에는 어떤 내용을 기록해야 할까요? 쉽게 이야기하면, 학생부 다른 항목에 기록되지 않은, '학생의 모든 것'입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학생의 장점
학업 능력, 학업 태도, 학업 외 소양
인성
'평가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작성자인 담임의 입장에서 아무리 유의미한 활동이라 해도,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도 기록할만한 내용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종의 서류 전형은 '기록'을 가지고 평가받는 것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과정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요? 이왕이면, 사실의 나열보다는 드라마틱한 표현이 평가자들로 하여금 학생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를테면, 도전 ➔ 위기 봉착 ➔ 성공OR실패 ➔ 변화(깨달음) 같은 것이지요. 이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애정을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도 좋습니다.
또한 학생이 지닌 '능력'이나 '적극성'에 관하여 기록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도 그 활동을 통해 학생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였는지를 드러내 주어야 한다. 또는 그 특정 능력을 어느 부분에 발휘했는지 밝혀 주어야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 활동이 학생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밝혀 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록하는 것이 30명 정도의 학급 구성원을 관리하는 담임으로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이 학생활동의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수시로 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과정을 점검하고 누가 기록을 해 놓아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반장'을 맡았다고 해도, '반장' 등의 역할을 맡았다고만 서술하면 적절치 않습니다. 그 역할을 함으로서 해당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합니다.
가치관이나 자주 되새기는 명언, 롤모델 등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낀 학생이라면, 해마다 새로운 장면과 사람들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영향을 주거나 좋은 영감을 주는 인물과 사건 등으로 선정할 것입니다.
또한 학생의 성격이나 품성에 대한 담임교사의 관찰 내용, 평가도 기록합니다. 다만 막연해서는 안 되겠지요. 가령 '존경과 신뢰를 받는 리더의 자질을 갖추었다'라고만 서술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어떤 품성이 존경과 신뢰를 받는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품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기록할 내용이 부족한 경우를 제외하고, 적지 않은 선생님들이 동아리활동이나 교과세특에 기재된 내용을 '강조'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기록합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들은 꼼꼼하게 다 읽습니다. 단순 사실을 여기저기 중복 기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항목에 언급된 사항을 다시 입력해도 의미있는 기록이 될 수 있는 경우는, 그것을 담임의 관점에서 재평가하거나, '참가 동기', '활동 후 변화' 등을 드러내 주는 경우입니다. 이런 기록은 다른 영역에 기록된 내용을 보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교과 관련 활동이 기재되는 경우, 교과세특 및 독서활동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면 좋습니다. 수행평가 준비를 위해 학급에서 관찰되는 모습들도 분명 있으니까요.
봉사활동 참여 내용 또한 봉사활동 특기사항 기록 내용과 차별성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항목의 기록이 글자 수 제한으로 인해 충분한 사례를 입력하지 못했다면, 관련 사례를 추가로 제시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영어의 예를 들면, 원서 해독이 가능하다는 등의 표현이 그것입니다. 교과 세특에 없는 것이어야겠지요.
또는 그 학기에 개설되지 않은 교과이거나 특정 교과에 국한되지 않는 학업 역량이 있을 수도 있지요. 이런 것이라면 종합 의견에 기록할 만합니다.
과제를 빠짐없이 했다는 등과 같이 성실성의 판단 근거로 적합한 것을 가지고, 학업 역량이 우수하다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예를 들어 '융합형 인재'라는 표현을 쓰려면, 인문학적 소양과 자연과학적 소양을 모두 서술해 주어야 합니다. '자기주도적', '원만한 교우관계' 등의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이때에도 큰 노력 없이 다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대단한 실천력이 있다는 식으로 부풀리면 곤란합니다. 예를 들어, 10km 마라톤 완주 같은 것이 그것이지요.
고등학교 재직 중인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학업 역량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서는 이것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일, 어떤 학생이 청소를 열심히 한 것이 그 학생의 중요한 특징이라면(그런 경우를 저도 종종 봅니다. 생활태도와 책임감의 측면에서 말이지요.), 대학교 생활에서도 어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설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학교생활기록부에서 '행동특성및종합의견'을 어떻게 적을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 정보의 재구조화>(서울대학교 입학본부, 2016)라는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보여드렸습니다.
'참된 성장의 진실한 기록' 매거진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관련 정보에서 소외된 학생과 교사가 없도록 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생활에 충실하는 것만이 학생부종합전형을 가장 잘 준비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