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설계에서부터 과정중심평가, 학생부 기록까지.
최근 했던, 수업에 대한 가장 큰 고민은 수업활동과 평가의 연계였습니다. 지필고사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도 수업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에 비하여 매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고요. 또 한편으로는 수업활동들이 학습자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는 활동들인가,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구조화 결과물, 프레젠테이션용 슬라이드, UCC 등의 여러 가지 포트폴리오가 과연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과 관련이 있는가?”하는 질문의 형태로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업 설계와 평가 모형을 고민했고, 그 결과 교육과정(및 교과서) 재구성 – 수업활동 – 평가가 연계되고 나아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으로까지 일체화될 수 있는 수업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말 그대로 이건 도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범위의 일체화 시도는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이 필요하고, 의미 있다고 보는 큰 이유 2가지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인 입시환경과 관련해서입니다. 숫자로 쓰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교사가 글로 쓴 성적도 중요하고, ‘과정’과 ‘경험’이 있고 학생들이 ‘발견’하고 ‘해석’하는 수업에 대한 지향점이 우리 수업의 당면 과제입니다. 이런 방향이라면, 교사의 역할은 ‘발견자’이어야 하겠지요.
필요성을 명확히 한 후, 저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는데요, 2학년 2학기 ‘독서와 문법’ 과목의 교육과정의 경우는 ‘선언적 지식’과 ‘방법적 지식’, 그리고 매체와 관련된 것 이렇게 3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었습니다. 범주화를 하고 난 후 저는 각각의 지식 특성에 맞는 수업을 계획하였습니다. 그래서 선언적 지식은 교과서를 빠르게 훑고, 방법적 지식은 인문학 책을 따로 정해서 읽으면서 익히고, 매체 관련한 것은 블로그를 통해 성취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일단, 교과서 학습은 일주일 만에 빠르게 끝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 입론서로 유명한, 최진기의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이하, ’인바빠‘)’를 추가 교재로 정하였고**, 수업활동 결과물들을 공유하고 소통할 제 블로그***를 학생들에게 알렸습니다.
* 주요 내용만 확인하는 강의식 수업이었고요, 독서의 맥락, 읽기 전/중/후 전략, 사실적/추론적/비판적/창의적 독서와 같은 것들을 학습했습니다. 이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은 별 특별할 것이 없으므로 생략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방법적 지식을 다룬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을 전개하였습니다.
** 이 부분은 손지원(전 경북외고 교사, 현 경북교육청 소속 연구사)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손 선생님이 먼저 다른 형식으로 이 책을 활용한 수업을 하신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이 책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 메타국어(googeo.kr).
‘인바빠’를 함께 읽고 토론하며 독서에 대한 방법적 지식을 배울 수업은 2차시로 설계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2시간에 걸쳐서 학습하면서, 다소 느리지만 충분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다소 능숙하지 못한 읽기 능력을 가진 학습자라 하더라도 천천히 그 역량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첫 번째 단계인 ‘읽기’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 수업의 시작은 학생들이 텍스트를 ‘읽는 것’입니다. 이때 ‘읽는다’라는 것은 두 가지 행위를 수반해야 합니다. 첫째는 ‘키워드 표시’*이고, 둘째는 ‘질문 생성’입니다. 전자는 궁극적으로 혼자 잘 읽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이후의 수업활동에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 키워드(핵심어)를 표시하는 방법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저는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처럼 #을 붙이는 것을 권장하였습니다. 그게 익숙할 것 같아서 말이죠. 물론, 섣불리 #을 붙이기 전에 키워드 후보들에 밑줄을 친다든지 하는 전략들도 알려 주었고요.
** 굳이 ‘직접적’이라고 표현을 한 이유는, 학생의 읽기 능력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읽는 동안 교사는 학생들이 읽기에 집중하도록 클래식 음악 등을 틀 수 있습니다. 저는 바로크 음악이 집중력 향상에 좋다고 하여 주로 바흐의 음악을 유튜브를 이용해서 틀었습니다.
수업활동과 평가의 연계 차원에서, 학생들이 수업 중 읽은 내용이 지필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과서의 내용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공부한 ‘인바빠’의 내용을 지필평가에서 훨씬 비중 있게 출제하였습니다. 문항 또한 학생들에게 질문을 만들 때 염두에 두라고 요구했던 사실적/추론적/비판적/창의적 읽기 수준의 질문을 활용하여 제작하였는데, 이는 수능 국어영역의 문항 출제 원리이기도 합니다.
1차시 수업의 두 번째 단계는 ‘모둠별 토론’입니다. 저는 이때에도 ‘토론한다’*라는 개념을 재개념화하여 제시하였습니다. ①앞선 단계에서 찾은 키워드를 모둠원들끼리 비교하며 합의하여 일치시키고**, ②혼자 읽으면서 각자 생성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둠원들끼리 협의하며 답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평가와 관련하여, ‘추후에’ 이러한 활동 결과를 활용한 일종의 형성평가를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 개의 주제별 키워드를 미리 정리해 두었다가, 무작위로 그중 3개를 선택하여 키워드만 보여준 후, 그것을 모두 포함한 요약문을 작성하는 시험을 보았습니다.****
* 토론이 아니라, 토의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나 의견에 대한 근거를 찾는다는 점에서는 토론의 특징에 가깝고, 합의에 이르는 의사소통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토의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토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까닭은 ‘토의식 수업’보다 ‘토론식 수업’이 더 보편적인 용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즉, “모둠에서 합의한 ‘키워드 묶음’을 정하고,”
*** 가령 6인 모둠이라면, 6개의 질문이 있을 것입니다. 그중 무엇부터 논할지는 모둠, 또는 모둠장의 자유이지만 일반적인 논의 순서는 권장하여 두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적 ➔ 추론적 ➔ 비판적 ➔ 창의적 독해 수준의 질문’, 또는 ‘해결하기 쉬운 질문 ➔ 어려운 질문’.
**** 오픈북이었고, 한 주제당 작성 가능 시간은 3분이었습니다.
1차시 수업의 두 번째 단계인 ‘모둠별 토론’에서 할 일을 더 소개하겠습니다. 각자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학생들은 ③모둠 대표 질문(논제)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때 ‘모둠 대표 질문’이란, 다양한 의미를 지닙니다. 모둠 안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고, 모둠 안에서 이야기해 보았더니 어떤 측면에서든 괜찮아서 반 전체에서 다시 이야기해 보고 싶은 질문일 수도 있고, 개인 질문이 모두 싱겁게 해결된 나머지 모둠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롭게 생성한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1차시 수업의 두 번째 단계인 ‘모둠별 토론’에 대한 설명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모둠별로 토론하는 동안, 순회하며 관찰하는 것 외에 해야 하는 교사의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투표 준비입니다. 모둠별로 질문(논제)을 2개씩 선정하였는데, 해당 학급에 모둠 수가 6개라면 총 12개의 질문(논제)이 제안이 됩니다. 이것들을 모두 다음 시간인 2차시에 다룰 수가 없기 때문에 다음 시간에 다룰 수 있는 6개의 질문(논제)만 투표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칠판에 12개의 칸을 만들고 기표를 할 수 있는 작은 칸을 칸마다 하나씩 그려 둡니다.
드디어 1차시 수업의 세 번째 단계인 ‘학급 대표 논제 선정’입니다. 모둠별로 질문(논제) 선정이 끝나면 보통은 그것을 제안한 학생이 직접 칠판에 씁니다. 모든 모둠이 칠판에 기록하면, 중복 질문(논제) 여부와 모호한 표현을 점검하고*, 이제 모든 구성원들이 칠판 앞으로 나와 1인 2표를 행사합니다. 투표가 끝나면 득표순으로 6개의 질문(논제)이 추려지고, 그것들이 2차시에 진행될 ‘주제별 토론’의 토픽이 됩니다.
* 중복 질문(논제)들 중 어느 것을 살리고 어느 것을 버릴지, 의미가 모호한 질문(논제)의 경우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 제안자 등에게 물어보거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전체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때로, 교사가 부적절한 질문(논제)을 수정할 수도 있는데, 저는 가급적 학생들이 생성한 그대로 두고자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부족한 질문(논제)을 가지고 다음 시간에 토론을 하면 스스로 깨달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자기들끼리 다시 질문(논제)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내버려 두었습니다.
여기까지 1차시 수업이었습니다. 평가에 대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2차시 수업에 대한 설명입니다.
2차시 수업의 첫 번째 단계는 ‘주제별 토론’입니다. 이때의 ‘토론’은 ‘토론하고 싶은 주제로 이동하여 참여하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 정한 6개의 질문(논제)을 제안자가 방장이 되어 자신의 질문을 게시하여 토론방을 마련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토론 주제가 될 질문(논제)을 보고 원하는 토론방으로 이동하는 것이지요.
주제별 토론 시간에는 이러한 토론을 2회 합니다. 15분 토론 ➔ 1분간 이동 ➔ 다시 15분간 토론 순으로 진행합니다. 이를 원활하게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설정이 필요합니다. 첫째, 토론 방장은 원칙적으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제안한 질문(논제)이므로 그것에 대해 대화하는 토론방을 책임지고 운영합니다.* 두 번의 토론이 반드시 같은 질문(논제)으로 운영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1회 차 토론을 하여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어져 버렸거나, 대화하기가 힘든 질문(논제)이라는 판단이 서면 토론 방장은 참여자들과 협의하여 파생논제(질문)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 토론 방장이 이동하고 싶다면, 2회 차 토론에서 방장을 맡아줄 후임자를 정하면 됩니다. 2회 차 토론은 1회 차보다는 발전된(혹은 안정적인) 형태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질문(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기존에 이루어진 대화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학생이 아무래도 방장을 맡아 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2차례에 걸친 토론을 하는 동안, 교사는 모든 토론방의 진행상황을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토론 참여자 중 1명 정도는 토론 과정을 기록하게 하는 것도 세부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이 활동의 평가는 ‘글쓰기’를 통해 실시하였습니다. 그 세부 내용은 아래 슬라이드를 참조해 주세요. 요구하는 글쓰기는 ‘짧은 글’과 ‘긴 글’로 이원화되어 있는데요, 간단히 설명하면 ‘짧은 글’은 매시간 후에 작성하는 것, ‘긴 글’은 좀 더 심층적인 글쓰기입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에는 학생이 토론 방장을 한 횟수를 체크하여 반영합니다. 토론 방장을 했다는 것은 텍스트를 통해 적절한 질문을 도출해 냈다는 것이고, 이것이 급우들의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고, 그렇게 개설된 토론방을 (다른 주제로 이동하지도 못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인성교육적 효과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각자 찾은 키워드와 질문을 모둠에서 협의해 나가는 과정에서 협동심을 기를 수 있습니다. 경청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배웁니다. 관심 있는 토론방으로 각자 흩어지고 모이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과정에서 배려심을 배울 수 있습니다. 토론방을 맡은 방장들은 ‘책임감’ 있게 운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텍스트 자체가 인문학이니만큼, 이렇게 함께 배운 내용들은 자연스레 삶의 문제들과 연관 지어집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성장과 공동체에의 기여’라는 배움의 궁극적 목표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활동은 글쓰기입니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앞선 단계에서 이미 평가와 관련하여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평가는 수업시간을 활용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서 2차례의 주제별 토론을 마친 후에 10분 남짓한 글쓰기 시간을 주는 겁니다.*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생각을 정리하고 지식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해당 수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 문제와 관련한 개념 심화 경험을 정리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제 블로그**에 댓글 형식으로 글을 작성하도록 하였습니다. 학생의 글이 ‘긴 글’인지 ‘짧은 글’인지, 글자 수는 몇 자인지 알 수 있는 형식적인 요소를 미리 제안하여 두고, 수행평가 점수로는 작성 횟수만 반영하고 내용의 우수성은 과목별 세특에 ‘글로’ 반영하였습니다.
*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 시간 안에 글쓰기를 완성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일주일의 글쓰기 시간을 주고, 2~3주에 한 번 꼴로 한 시간을 통째로 글쓰기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운영하는 것도 여유를 갖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입니다.
** 메타국어(googeo.kr).
이제, 수행평가 점수를 어떻게 산출하였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수행평가 만점을 100점이라 했을 때 과제 완성 시 100점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한 번에 100점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10번으로 나뉜 과제를 ‘제시간에’* 제출해야만 10점을 받을 수 있고, 이것을 한 학기 안에 10회 완료해야만 100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이 만점을 받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회복할 수 없는 감점’의 요소를 추가로 설정하였습니다. 매 1차시 수업 후에는 확인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그것이 하나 없을 때마다, 수업 중에 이루어지는 형성평가 활동에 미흡함이 있을 때마다, 수업 후 일주일 안에 짧은 글을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마다 1점씩 감점하였습니다.
* 저의 경우에는, 수업 후 일주일까지를 작성 기한으로 제시하였습니다.
** 최종 결과물만을 가지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과정중심평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치는 학기 말이 되어 학생들이 한꺼번에 수행평가를 한다고 난리가 나는 상황을 방지해 줍니다.
학생들이 작성한 글을 읽으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이 중 어떤 내용을 학생부 기록에 활용할지 선택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것을 쉽게 하기 위해서, 애초에 글을 읽을 때 성취기준에 부합하는 기준에 맞게 관점을 가지고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령, 제 수업의 경우에는 ‘독서’ 과목이었으므로, 학생이 ‘내용 이해를 위해 노력한 것’, ‘긍정적인 생각의 변화’ 등을 핵심 요소로 정하고 이런 것만을 찾아 정리하였습니다.
제 블로그에는 인문반 약 120명의 학생들이 2시간이 끝날 때마다 작성한 다양한 생각들의 댓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학기가 끝나니 정말 엄청난 양의 글 뭉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모두 읽고 세특을 써야 하는데, 자료의 양이 너무 파편화되어 있어서 구심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심점을 찾고 학생부 기록의 관점을 잡기 위해서 구글에서 제공하는 ‘설문’을 활용하여 설문을 받았습니다. 이 응답 내용들은 세특 작성의 기본 뼈대가 됩니다.*
* 응답 내용은 구글에서 버튼 하나로, 엑셀 파일과 같은 스프레드시트 문서로 생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교과 세특 작성에 대한 제언을 드리자면, 이때의 핵심 관점은 학습 내용과 관련한 학생의 학습 역량, 지적 성장의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종 발표력이 뛰어나다거나 ppt 제작 능력이 우수하다는 내용이 핵심적으로 기록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학습 내용이나 성취기준과 무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내용입니다. 몇 가지 사항을 구체적으로 더 살펴보겠습니다.
위는 저희 학교에서의 교과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해, 2017학년도 학생부 기재요령에 있는 수학과의 예시를 발췌하여 분석한 것입니다. 위의 ㉠~㉣ 중 ㉠은 수업 중 학생의 활동 내용, ㉡은 관찰을 통한 교사의 평가, ㉢은 학생의 변화(성장), ㉣은 수업 내용입니다. 의미 있는 것은 ㉡, ㉢입니다. 이에 더해, 학생의 구체적 성과물이나 심화 탐구 내용이 기재된다면 그것이 해당 학생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위는 이전 사례 분석과 마찬가지 이유로, 2017학년도 학생부 기재요령에 있는 영어과의 예시를 일본어과로 변형하여 분석한 것입니다. ㉠은 수업활동 내용, ㉡은 학생활동에 대한 교사의 평가, ㉢은 해당 시간의 성취목표 달성 여부입니다. 학생의 개별 특성이 담겨있는 중요한 정보는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학과와 일본어과를 예로 들어 제시하였지만, 국어과도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과목별 세특의 내용 요소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학생이 준비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노력한 것
다른 학생이 하지 않은 독창적인 활동
학생이 새롭게 깨달은 것, 또는 생각의 변화
학생이 문제 해결 또는 어려움 극복을 위해 독창적으로 노력한 것
학생이 활동 중 칭찬을 받았거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낸 것. '유달리' 좋은 평가를 받은 것
학생이 팀에 기여했거나 도움을 준 사례
학생이 특별히 관심을 가진 내용(진로와 관련되면 더 좋음)
이러한 세특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료 수집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제 수업에서는 그것을 수행평가의 형태로 학생들에게 요구한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다시 말씀드리면, 작성 여부만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내용은 이처럼 세특에 반영하였습니다. (붉은색 글씨는 우수 학생들*만이 지니고 있는 특징입니다.)
*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학생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학생들이 작성한 글을 세특 기재용 문구로 바꿔보는 틀을 제안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괄호 안에 '수학과'라고 적혀 있지만 국어과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황색 글씨는 우수한 학생들에게 추가로 기록하는 내용입니다.
여기까지 모두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이 수업에 담고자 했던 몇 가지 가치를 언급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첫째, 학생들이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키워드 생성을 잘 못할 수도 있고, 이상한 질문만을 만들 수도 있으며, 토론 진행도 원활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더 심할 것입니다. 그래서 설령, 목표했던 단계를 다 진행하지 못했더라도 그냥 그렇게 둘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 반복할수록 조금씩 더 나아질 것입니다. 학생들은 이 흐름에 익숙해질 것이고, 질문의 수준으로 기대했던 교사의 눈높이도 조정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조정이 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기쁘게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둘째,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말을 많이 하고 열띤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학생들의 성격은 다양합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도 있지만, 듣는 것을 좋아하고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등을 정리하도록 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의 탐구 결과를 글로 쓰게 하세요.
셋째,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수행평가로 구분하시면 안 됩니다. 대신 그러한 내용은 세특에 남겨 주세요. 교사가 제안하는 활동 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하기만 하면 수행평가에서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또 어떤 전제가 있는데요, 교사가 제안하는 활동들이 실제 읽기 능력을 신장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교사 자신의 '확신'입니다. Fin.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최진기)라는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 그리고 이러한 수업을 계획하고 학생들과 한 학기 내내 시행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정보와 용기를 준 손지원 연구사(당시 경북외고 재직)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읽으며 질문 생성하기 ➔ 선정된 질문을 바탕으로 토론방 운영'이라는 아이디어는 김해시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전국 청소년 인문학 읽기 전국대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대회 참가 경험이 없었다면 결코 설계할 수 없었을 수업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