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at. COVID-19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줄을 서서 아이것까지 마스크 4장을 받았다.
며칠 전부터 동네의 모든 약국을 순회하면서도 늘 빈손이던
할아버지의 고동색 패딩은 보이지 않았다.
고작 30분인데 투덜댄 것이 미안했다.
그리고 재택근무 보안서약서를 작성하라고 연락이 와서 학교에 갔다 왔다.
계획에 없던 전교사 출근일에 마스크 하나를 바쳐야 한다니, 짜증이 났다.
바이러스 때문에 교무실 자기 자리에 앉아 방송으로 회의(?)도 했다.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진다는 서약서 때문에 화가 났지만
생명을 걸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분들을 생각하니
사소한 불편에 분노한 것이 부끄러웠다.
또 오늘은 담임을 맡은 반의 명렬표가 바뀌었다.
새로운 학생을 마음속에 품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운명이다, 생각하니 기분이 나아졌다.
세 달째 방학을 즐기고 있는 우리 집 두 아이도 다른 선생님이 품어야 하는
알 속의 병아리라 생각하니 비장한 마음도 생겼다.
학교를 옮기고 담임이 되었지만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 답답하다
수업을 망쳐도 슬프지만 수업을 못 하니까 불안하다. 하지만
교단에 서고 싶은 후배들, 어디든 출근하고 싶은 청춘들을 생각하니
나의 답답함과 불안도 순간의 사치였다.
오늘은 2020년 3월 9일 월요일이다.
1980년 무렵의 나는 이때쯤 되면
하늘을 나는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달나라로 출장 갈 줄 알았다.
로봇이 해주는 음식을 먹고, 알약 하나만 먹으면 병이 나을 줄 알았다.
오늘 내가 보낸 하루를 생각하니
나 자신을, 다른 사람을, 이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떠들었던 지난 기억이
사치였고 미안했고 부끄러웠다.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인간이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