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담임선생님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최전방 부대의 소대장처럼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교실에서 한 명씩 이름을 불러주며 등교맞이를 하면서 아이들의 살아있는 표정도 보고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웃으며 첫 수업도 해서 다시 흥덕고에 돌아온 실감이 났지만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어요.
거의 반년 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 떨고 장난치며 천진난만하게 어울리는 아이들을 떼어놓는 게 힘들어서가 아닙니다. 마스크를 계속 쓰고 세 시간 수업을 하고 나니, 고산병처럼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워서만은 아닙니다.
친구의 이름을 편하게 부르지 못하고, 학교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인 급식을 친구와 함께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괜히 미안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현실적인 학교의 모습을 만든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어른들의 책임이 크겠지요.
그래도 우리 학교 고3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알려준 규칙을 잘 지키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잘 견뎌주었어요. 날씨가 더 더워지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짜증 내지 않고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을 계속 지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업 첫 시간에는, 온라인 수업에서 과제로 내줬던 '구글 프리젠테이션'으로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국어과 단톡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제가 예시글을 올리고, 아이들이 각자 자기 번호가 적혀있는 페이지에 내용을 실시간으로 채우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들을 보며 마스크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주었어요. '사진 한 장으로 나를 표현하기', '키워드 세 개로 자기 소개'도 재미있었고, '친구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로 적어 준 것은 다른 친구들이 목소리를 모아서 진짜로 들려주었답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첫 등교 개학이라는 불안함이 우울함을 낳았지만, 그 우울함이 미안함으로 옮겨갔지요. 그리고 저를 비롯한 어른들의 '예상 가능한, 평온한 노후'를 위해서라도,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구박하지 않고, 겁주지 않고 '위기의 시대에 정말 필요한 가치'에 대해 아이들과 계속 이야기나누고 싶습니다.